용산 대통령실 망치 소리가 멈췄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에도 두 달 가까이 계속됐던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면서 쿵쿵 쾅쾅 요란한 소음이 사라졌다. 대통령은 새로 마련된 집무실에 입주했고 기자들은 브리핑룸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구내식당도 문전성시다. 하나 둘 용산 대통령실이 국정 최고 지도자의 집무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정작 파열음은 대통령 비서실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 내외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과정에서 인사비서관 부인이 동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문제의 인물이 김건희 여사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행사 기획에 참여해 기타 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했다고 한다. 또 인사비서관 부인이라서 간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오랫동안 외국에 체류하면서 해외 경험이 풍부하고 영어에도 능통하며 국제 교류행사도 기획해 왔다며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도 이해할 수 없다. 해외 경험이 많고 외국어도 잘하는 행사기획 경험자가 대한민국 땅에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밖에 없나? 또 김건희 여사 수행 여부와 돈을 받고 안 받고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국정운영, 그것도 대통령 정상회의 준비 및 진행 과정에서 공(公)과 사(私)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염려스러울 뿐이다. 인사비서관 본인의 판단도 문제다. 대통령의 검찰 라인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이 여전한 상황에서 부인이 정상회의에 동행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생각을 못 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굳이 문재인 정부나 박근혜 정부의 과오나 실정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국정은 매사 공명정대(公明正大)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이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선택한 이유가 설명이 안 된다. 또 논란과 혼란을 감내하며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왜 옮겼는지도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 공정과 상식을 배반했던 역대 정부의 실패는 역사적 교훈이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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