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지영 강원영상위원장
▲ 홍지영 강원영상위원장

딱 1년 반 전 강원 영상위원회 위원장으로 첫발을 내딛던 날 ITX를 타고 춘천을 오던 그날의 기분을 지금도 정확히 기억한다.

‘다시 강원’이라는 설렘 반, ‘다른 감독’의 일을 하게 될 거라는 두려움 반, 그리고 묘한 도전 의식이 아직 남은 마음의 빈자리를 빼곡히 채웠었다.

그렇게 나와 강원도의 두 번째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천둥벌거숭이로 강원도를 그저 운명으로 맞았던 유년시절과 달리 지금의 강원도는 성년을 넘어 이미 장년이 된 나만큼이나 훌쩍 변해있었다.

가장 크게 느낀 물리적 변화는 더 이상 산 넘고 물 건너 굽이굽이를 지날 때마다 토악질로 이곳이 얼마나 청정지역인가를 확인할 필요 없이 빠르고 매끈하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로 느낀 심리적 변화는 ‘그게 무엇이든 여전할까?’라는 나의 시시한 의구심을 가볍게 부정하며 ‘나 여기 있어’라고 반갑게 맞아주는 훌륭한 인재들이 수많은 시간 들고 나면서도 풀뿌리처럼 버티고 있음을 버젓이 확인한 일이다.

세 번째는 이 두 변화를 지켜본 나의 본질적인 변화인데 이 모든 게 아름다운 콘텐츠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요즘 강원도의 콘텐츠에 꽂힌 나에게 주변인들이 묻는다. “콘텐츠가 도대체 뭐야?” 나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한다. “지금 너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라고. “단 주제나 이야기로 엮이면 이게 곧 산업”이라고.

그렇다. 나는 변화된 혹은 변화될 강원도의 미래를 콘텐츠산업에서 찾았다. 수도권에 비등하는 물리적 거리, 무궁무진하게 새로운 비주얼 포인트 자연 자원과 각기 다른 지역 이슈들(탄광, DMZ, 서핑, 산천어, 테크노시티, 호반, 교육, 문학, 역사, 각종 음악과 영상 등등), 무엇보다 이를 재료 삼아 산업화할 숨은 크리에이터들이 강원도의 미래 가능성을 입증한다.

있는 그대로의 유무형 유산을 그 순간 눈으로 담은 사람만이 가치를 독식했던 예전과 달리 좋은 정보와 콘텐츠는 공유되고 끊임없이 소구되며 심지어 매 순간 재생산된다.

물론 적절한 네트워킹 작업의 허브 안에서. 강원도는 지금 그 중심에 우뚝 서 있다. 물리적인 입지, 심리적인 기대, 실질적인 인재라는 핵심 요소가 이미 대기 중이다.

새로운 정부와 지자체가 출범하고 그 어느 때보다 변화와 도약, 무엇보다 도민의 삶을 위한 실익을 기대하는 시기다.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로서 콘텐츠 산업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니버스에서 메타버스로의 모든 전환이 가능한 생물이다. 콘텐츠 종합 컨트롤 타워로서 공적 기관이 기능하고, 무엇보다 이런 비전을 선도할 인재들을 등용하고, 이 중요한 포인트들을 자유자재로 네트워킹 하는 일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강원도라는 이미 훌륭한 물적 자원을 산업적으로 콘텐츠화하고 조합된 콘텐츠는 다시 다른 산업으로 다양화하는 선순환 구조 마련은 강원도의 미래이자 희망이라고 감히 단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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