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공동화 부채질, 국토 균형발전 역행

정부가 반도체 관련학과 신·증설을 통해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 10년 동안 반도체 인재 15만명 양성에 나섭니다. 이에 대비해 대학이 첨단분야 학과 신·증설시 교원 확보율만 충족하면 학부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모든 대학에 문을 열어준 것이지만,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가 이미 벌어진 상태여서 비수도권 대학과의 간극을 더 벌리는 정책이라는 지적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 중 쟁점이 되는 부분은 대학 정원 확대입니다. 교육부는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 5700여명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대학원 1100명, 일반대 2000명, 전문대 1000명, 직업계고 1600명을 증원할 방침이지만, 학부에서 증원이 예상되는 2000명 가운데 상당 부분은 수도권 대학의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상 지역대학과 수도권 대학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수도권 대학 밀어주기라는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도내 대학들은 “‘지역구분 없이’라는 표현을 통해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지역별 정원과 역할을 결정해 특성화 전략으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도권 대학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인구 집중 유발시설로 분류돼 정원 총량을 규제받아 왔습니다. 비수도권 대학 입장에선 최소한의 지역인재 유출 방지책이지만, 이번 정부 방침에 따라 학부생 상당수가 수도권 대학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계획 발표에 앞서 지역대학총장협의회는 수도권 쏠림 현상 등을 우려해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정원 규제 완화 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도 전달했습니다. 지역 대학에는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정원 감축을 요구하면서, 수도권 대학 증원에 유리한 반도체 관련학과 신·증설을 추진하는 것은 대학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한다는 의견입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 학부생 증원은 지역대학의 공동화를 부추깁니다.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의 입장에선 위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과 산업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인재 유출과 인구 감소가 불 보듯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산업의 수도권 집중은 더욱더 심해질 것입니다. 대학 정원에 대한 정부 정책은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중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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