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색 그 꽃이 피면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등장하는 점순이와 ‘나’, 그리고 두 마리의 수탉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점순네 수탉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덕하고 면두를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푸드득 하고 모가지를 쪼았다.” 면두는 닭 볏. 점순네 수탉에 매번 당하는 우리 닭의 볏에선 피가 뚝뚝 떨어지고,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그 마음이 가여워서일까요. 수탉의 볏을 닮은 꽃이 여름마다 청자색 자태를 뽐냅니다. 닭의장풀 꽃이지요.

김유정과 그의 소설 동백꽃을 불러내는 닭의장풀. 이 식물은 강가 또는 물기가 많은 계곡 주변에서 잘 자라지만 의외로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꽃과 줄기, 잎을 따로 떼어 놓으면 ‘꽃’만 기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요. 꽃 모양이 닭 볏을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꽃은 당당하고 멋스럽습니다. 작은 크기에도 기품이 엿보입니다. 이른 봄, 새순이 돋을 무렵엔 가난한 시골밥상을 풍성하게 하는 ‘나물’로 손색이 없지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무침을 하거나 된장국 재료로 유용합니다.

닭의장풀은 ‘독성이 없는 풀’입니다. 독이 없으니 나물과 약재로 쓰는 데 부담이 없지요. 연구에 따르면 플라보노이드와 사포닌, 안토시아닌, 알칼로이드 등의 성분이 풍부해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민간에서는 당뇨병과 비뇨기과 계통 질환에 처방했고, 특히 여성 관련 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또 피를 맑게 해 혈관성 질환을 예방하며 숙취 해소제로도 쓰였지요. 학계에서는 노화 예방 및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달개비, 닭의밑씻개, 압척초, 죽엽채 등 여러 이칭으로 불리는 닭의장풀은 7~8월이 채취 적기입니다. 약재로 쓸 때는 꽃이 필 무렵 전초를 잘라 그늘에 말려 차로 우려 마시는데 생초를 반 건조한 뒤 설탕과 버무려 효소로 만들면 오랫동안 복용할 수 있습니다. 꽃말도 근사합니다. 순간의 즐거움! 생각할 겨를 없이 순백의 기쁨을 준다는 뜻이겠지요. 꽃을 들여다보면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돌진하는 수탉의 기백이 엿보입니다. 덥고 짜증 나는 여름, 닭의장풀의 꽃말처럼 순간의 즐거움을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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