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예술계 파장 불구
도내 평화 염원 무대 잇따라
국적 초월 음악·영화로 위로

▲우크라이나 성악가 나탈리아 마트비에바가 최근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우크라이나 성악가 나탈리아 마트비에바가 최근 춘천공연예술연습공간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올해 18세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우승한 2022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 당시 2·3위가 러시아(안나 지니시네)와 우크라이나(드미트로 쵸니) 출신 연주자라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결선 진출자 6명의 국적도 공교롭다. 미국·대한민국·러시아·우크라이나 그리고 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였다. 이들은 전쟁과 무관하게 오로지 음악으로 경쟁했다.

그럼 이 콩쿠르가 기념하는 반 클라이번은 누구일까. 전 세계가 좌우로 갈려져 냉전이 첨예했던 1958년, 소련이 국민 음악가의 이름을 따 야심차게 연 제1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 피아니스트다.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의 재가까지 받아 1위에 오른 그는 단번에 미국의 영웅이 됐고 잠시나마 미·소간 해빙 무드 조성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올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에서 제명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다. 친푸틴 성향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공동조직위원장인데다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콩쿠르라는 점이 지적됐다. 친푸틴 성향 음악가들의 음악계 퇴출도 이어졌다. 지난 2월 뉴욕 카네기홀 빈 필하모닉 공연의 경우 게르기예프와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의 출연이 취소, 조성진이 대체해 화제를 모았다.

반면 전쟁의 아픔이 가장 깊게 새겨진 강원도의 문화예술 현장에는 국적이 없다. 평화의 염원만 가득하다. 지난 23일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가 2022PLZ페스티벌에 참석해 고성 최북단 제진역에서 아리랑을 들었고, 오는 29일부터 사흘간 우크라이나 출신 소프라노가 춘천에서 노래한다.

최근 폐막한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는 러시아 출신 플루티스트 마트베이 데민의 리사이틀이 열렸고, 같은 나라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멜니코프도 연주했다. 반클라이번 콩쿠르의 심사를 본 피아니스트 알레시오 백스도 함께 했다. 앞서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서는 우크라이나 배경의 영화 ‘올가’가 상영되기도 했다. 전쟁은 예술도 멈추게 할만큼 잔인하지만, 전쟁을 온땅으로 기억하는 강원도는 예술로 치유하는 방법을 올 여름에도 찾고 있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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