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사단체 거센 반발, 사회적 합의 우선돼야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낮추는 방안을 제시해 교육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출발선상에서 아이들이 공정한 교육 기회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책 취지를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강원을 포함한 전국 학부모, 교사단체 등은 유아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입학 연령 하향은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한다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교육계의 우려가 커지자 교육부장관은 대국민 설문조사 등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박 장관은 “폭넓게 의견 수렴이 선행되지 못하다 보니 여러 우려가 있었다”면서 “정책은 발표할 때 완결되는 것이 아니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시작해 나가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의견 수렴과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부가 속도 조절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교육단체들은 실정을 모르고 내놓은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표본이라며 만 5세 조기 취학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학부모 단체도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42개 교육 관련 단체는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결성하고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섣부른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만 5세 입학은 2007년에도 설문조사가 진행됐습니다. 당시 조사에서 모든 연령대별·거주 지역별·유형별로 반대 의견이 62∼73%를 기록했습니다. 설문 결과 등을 토대로 학제 개편을 검토했던 연구진도 초등학교 조기 입학은 효과보다 비용이 크다며 정책 추진 보류를 제언했습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지난 연구 결과만이라도 꼼꼼히 검토했다면 정책을 성급하게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입니다.

교육 정책은 백년을 내다보고 계획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입학 연령 하향은 더욱 신중해야 할 사안입니다. 현재의 한국 교육 풍토로는, 더 어린 어린이들을 입시 경쟁 시스템에 편입시키는 결과를 부른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고 열린 자세로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한 일입니다. 교육은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과 시민들의 공감대가 보장될 때 정책도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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