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국도·철도·바닷길·하늘길 모두 조망
망망대해 청정 동해바다가 보이는 언덕위의 휴게소로 유명한 강원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에선 계단식 논처럼 순서대로 놓인 용도가 다른 다섯 개의 길을 한 눈에 조망할수 있어 화제다.
동해고속도로·7번국도·영동선철도 등 3개의 육상 길과 동해바다 뱃길, 하늘 길이 그 것이다.
강원 동해시 망상지역은 우선 바다를 보며 달릴수 있는 철도와 국도·고속도로 등 3개의 서로 다른 용도의 도로가 거의 붙어서 놓여져 있다.
산 중턱에 조성돼 있는 동해휴게소는 산과 고속도로·국도·철도·바다·하늘을 한꺼번에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곳이자 매우 이색적인 지점이다.
강릉시 옥계면과 거의 경계지점인 동해시 동해대로 6437(망상동)에 위치한 동해휴게소(삼척방향) 전망대이자 ‘포토존’으로 가보자. 해뜨기 직전에 이 곳에 가면 좀 더 아름다운 풍경을 내 눈앞에 마주할 수 있다.
맨위에 동해고속도로부터 시작해 바로 아래에 7번국도가 지나가고, 또 이어 밑에는 영동선 기찻길이, 그 하단에는 동해바다 뱃길이, 그 다음에는 수평선 너머 하늘 길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
이 다섯 개의 길에서 자동차와 기차, 배, 드론을 비롯한 항공기가 지나가는 것을 동시에 보는 것은 무척 어렵지만 아주 운이 좋으면 내 눈앞에 나타날 수도 있다.
고속도로와 국도에선 차량이 수시로 다니고 있어 동시에 보기는 쉽다. 여기에 30여분 간격으로 지나다니는 기차까지 3개의 길에 다니는 차량을 한 눈에 담으려면 약간의 인내심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바닷길에는 어선과 시멘트 등 화물 운반선, 여객선들이 가끔씩 오가고 있어 4개의 길을 동시에 보려면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여기까지 시도해 봤으면 하늘의 항공기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을 부려볼 만 하다. 이 다 섯 개의 길에 다니는 교통수단을 동시에 한 눈에 담아 사진을 남기는 분이 있다면 굉장한 행운을 가진 분으로 인정할 수 있고, 관련 당국에서 ‘출사지 이벤트’를 마련해 봄직도 하다.
하지만 희망과는 다르게 다섯 개의 길에 다니는 교통수단을 한 눈에, 동시에 모두 보기란 매우 어렵다. 시간 없는 분들은 괜한 스트레스 받지 말고 4번까지 항 후 수시로 날아다니는 새들의 날개짓을 사진에 담아 위안을 삼으면 될 것 같다.
속초에서 삼척까지 122.6km 길이의 동해고속도로는 지난 1975년 10월 강릉~동해(북평) 구간이 먼저 왕복 2차선으로 개통돼 ‘국도같은 고속도로’란 오명을 들으며 30년을 지속하다 지난 2004년 11월에야 왕복 4차선으로 확장됐다.
강릉~양양~속초구간은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순차적으로 개통돼 지금의 왕복 4차로 고속도로의 형태가 됐다. 동해와 삼척 근덕 구간은 2016년 9월 개통돼 지금의 속초~삼척 구간의 동해고속도로가 됐다.
원래 부산에서 강원 고성까지 계획된 동해고속도로는 현재 부산~포항 구간과 삼척~속초 구간만 완성돼 있다. 미개통 구간중 속초~고성 구간이 우선 추진되지만 포항~삼척 구간은 계획만 잡혀있을 뿐이어서 완전개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동해휴게소에서 보이는 동해고속도로 망상 주변에는 국가항인 묵호항과 동해항, 지방 무역항인 옥계항이 있고, 한라·쌍용·삼표 등 3개의 시멘트업체와 북평·옥계 등 산업단지가 있어 차량이동이 매우 많은 구간으로 삼척·강릉방향에서 모두 차량을 보는 것은 수월하다.
부산에서 동해안을 따라 북한(함북 온성군)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는 남한지역에 한정(강원 고성)해도 484km의 긴 길로, 1979년 삼척~포항 구간이 왕복 2차선 포장도로로 최초 개통됐다.
동해고속도로 동해휴게소 아래를 지나는 7번국도 삼척~동해~강릉 구간중 동해시 망상동에서 강릉시 옥계면 구간은 지난 2019년 6월 왕복 4차로 확장공사가 완공돼 정식 개통됐다.
이 망상동 구간은 일반 차량들도 많지만 강릉옥계·동해·삼척의 시멘트업체에 오가는 탱크로리와 이 지역 옥계·묵호·동해·삼척항 등 항만과 산업단지 등의 물류를 담당하는 각종 운송 대형트럭들이 많이 지나 다닌다.
따라서 영동고속도로와 7번국도에서 동시에 차량을 보는 것은 쉽지만 기찻길까지 포함한 ‘동시 조망‘ 미션을 수행하는데는 운과 인내심이 함께 따라야 한다.
동해휴게소 아래 3번째로 지나가는 길은 영동선 철도이다. 경북 영주에서 강릉(청량동)까지 188.9km 거리를 잇는 영동선은 지난 1940년 8월 개통됐다. 경북에서 영동지방으로 가는 철도라 영동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동해휴게소 아래 보이는 망상을 지나가는 동해~강릉 구간은 ‘영동선’으로 불리고 있지만, 곧 ‘동해선’으로 바뀐다. 오는 2024년 영덕~삼척의 동해중부선이 개통됨에 따라 부산진~포항(동해선), 삼척~동해(삼척선), 동해~강릉(영동선) 구간이 모두 ‘동해선’이란 이름으로 편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2월 경강선 개통으로 강릉선 KTX가 운행됐다. 이어 2020년 3월 동해행 KTX도 개통되면서 강릉은 물론, 정동진역·묵호역·동해역에도 KTX가 서기 시작했다. 서울과 동해간 KTX와 무궁화호는 평일 기준 하루 왕복 18회 정도 운행돼 1시간여 간격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동해~묵호~정동진~강릉을 오가는 셔틀 무궁화호(누리로)가 왕복 16회 정도 운행돼 서울~동해간 18회와 강릉~동해간 16회 등 정기 여객열차만 하루 34회로 대략 30분에 1대가 지나간다고 볼 수 있다. 동해~안인 구간은 열차 안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구간이어서, 코레일은 좌석을 바다방향으로 배치한 바다열차를 부정기적으로 운행하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철도와 연결된 동해안 항구에서 각종 산업 물동량이 적재된 화물열차도 적지 않아 통상 20~30분에 한 대가 이곳을 지나가기 때문에 열차를 보는건 약간의 인내심만 가지면 된다. 다만 열차가 지나갈 때 고속도로와 국도에도 동시에 차량이 지나가는 행운이 따라야 한다.
망상 앞바다에는 뱃길도 있다. 우선 강릉과 동해의 경계지점에 무역항인 옥계항이 있다. 1987년 시멘트 운송항구로 허가받아 한라시멘트가 건설공사를 착공해 1997년 무역항으로 개항한 이 항만은 한라시멘트 전용부두처럼 활용되지만 인근 옥계산업단지의 해상물류를 담당하고 있어 1만t급 이상의 큰 화물선박들이 자주 드나들고 있다.
또 바로 옆에는 강릉 옥계 금진항, 동해 대진·어달항 등 작은 포구들이 있고 약간 떨어진 곳엔 국가항이자 관광어항인 묵호항이 있어 고기잡이 배가 자주 목격되고, 해경·군 선박 또는 여객선 등도 가끔 목격된다.
망상앞바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엔 도내 최대 무역항으로 지난 1986년 국가가 지정한 동해항이 있다. 이 곳엔 해군 1함대 군항이 있고, 시멘트업체 쌍용C&E와 삼표시멘트 등 시멘트를 취급하는 북부두, 잡화를 취급하는 중앙부두, 석탄·유류부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을 운항하는 국제카페리 ‘이스턴드림호’가 모항으로 쓰는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 등이 있다.
동해항에서도 여객선·화물선·함정 등이 수시로 드나들어 운이 좋으면 망상앞 먼바다를 지나는 이 선박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망상에는 하늘에도 길이 있다. 지난 7월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망상해수욕장에서 지자체 후원으로 드론 운용기술을 보유한 디스이즈엔지니어링(TIE)이 주관하는 ‘드론음식배송서비스’가 런칭, 운영되고 있다.
망상해변 중심상가에서 드론이 해안가 70m 상공을 날아 올라 망상오토캠핑리조트 한옥촌 앞 해변데크에 마련된 ‘드론배송존’에 착륙, 주문고객들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드론배송존이 있는 한옥촌은 동해휴게소 바로 아래 해안가에 있어 육안으로도 잘 보인다. 운대가 맞으며 망상해변 상공 하늘길로 치킨과 피자·커피·맥주·빙수·생선회 등을 배달하는 드론을 볼 수 있다.
동해휴게소에서 바다위 상공을 나르는 유인 항공기를 보기는 쉽지 않다. 다만 가끔 있을지도 모를 항공기까지 보자고 시간을 낭비하는건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휴가에 피서겸 쉬려고 예약해 놓은 망상오토캠핑장에 가기전 마지막 휴게소인 동해휴게소에 들른 박모씨(44·남·인천)는 “저 아래 보이는 한옥촌에서 2박3일 묵으면서 휴가를 즐기려고 왔는데 이 곳 전망대에서 보니 여러개의 길에서 차량들이 다니고 바다와 하늘까지 이어져 있어 행운을 주는 환상적인 장소”라며 “다섯 종류의 길을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동시에 다 카메라에 담을 수만 있다면 집안 가보로 남기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