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3회 호반음악제
20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 개최
김세일 테너·조재혁 피아노
춘천시향·아벨콰르텟 등 협연
하이든·바흐·브리튼 음악 선곡
고전과 현대음악 다채롭게 구성

“나는 조금씩 밝아오는 새벽 하늘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아침의 나무 냄새를 맡고, 조간신문의 지면을 넘기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세계의 끝을 만난 주인공이 아련하게 떠올리는 일상의 조각이다. 그리고 그가 자신이 사는 세계에서 마지막을 정리하며 그가 듣는 음악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마음에 둔 사람을 마중 나가서 함께 감상하는 주인공. 그 모습을 상상하면 싱그러운 여름날이 그려진다. 편안한 일상이 다시 밝아오길 바라는 2022년의 뜨거운 여름. 봄내 춘천에 바흐와 하이든, 브리튼의 음악이 흐른다. 일상 복원과 거리두기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지는 여름날 종합선물세트다.

■바로크 음악부터 한국 가곡까지

2022 제3회 호반음악제가 ‘어느 여름날(One Summer Day)’이라는 부제 아래 오는 20일 오후 6시 30분 춘천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강원도민일보와 2018평창평화위원회가 주최하고 춘천시가 후원하는 이번 음악회의 공연 프로그램은 보기 드문 편성으로 꾸려졌다.

현악 사중주와 우리나라 가곡, 현대음악과 바로크 음악을 모두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들은 국내 정상급을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음악가들이다.

미성으로 극찬받고 있는 김세일 테너, 경계 없는 협업으로 감성과 지성을 넘나드는 조재혁 피아니스트, 자유롭고 다채로운 음색으로 주목받는 현악사중주단 아벨콰르텟, 강원도를 대표하는 탄탄한 앙상블의 춘천시립교향악단, 바로크 음악 최고 전문가 김재연 쳄발리스트 등 한 무대에서 보기 어려운 아티스트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프로그램은 바흐와 하이든, 우리 가곡 등으로 구성됐다. 공연은 1부 ‘일상을 마중하다’와 2부 ‘Way back to Bach’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 ‘일상을 마중하다’에서는 두 세기의 시대를 뛰어넘어 콰르텟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우리 가곡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드문 구성의 무대다.

먼저 아벨콰르텟이 1700년대 고전파 시대를 풍미한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의 4중주로 음악회의 문을 연다. 이어지는 음악은 1900년대 활약한 영국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곡이다. 고전과 현대음악의 묘미를 한 무대에서 4중주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이어 김세일 테너가 춘천시립교향악단 스트링오케스트라와 함께 호흡을 맞춰 아름다운 우리 가곡을 들려준다.

2부 ‘Way back to Bach(바흐로 가는 길)’는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바흐의 음악만으로 구성된다. 원전악기 쳄발로의 협연으로 바로크 시대 음악에 빠져 볼 수 있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등 바흐의 기악명곡들을 통해 춘천시향과 아벨콰르텟이 현의 호흡을 맞추고, 춘천국제고음악제 예술감독을 역임한 김재연 쳄발리스트가 함께 해 고음악의 매력적인 세계를 소개한다.

공연의 대미는 춘천 출신 조재혁 피아니스트가 장식한다. 조 피아니스트는 바흐가 남긴 건반악기 협주곡의 정수를 춘천시향과 함께 보여줄 예정이다.

■ 국내 최정상 아티스트로 드문 구성

춘천 출신 조재혁 피아니스트는 “완성도의 극치를 추구하는 매력적인 연주자”라는 평을 받는다. 국내외 독주, 실내악, 오케스트라 무대는 물론 국립발레단,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등과의 협업도 다채롭다. 올해 대관령음악제와 함께 토크콘서트로도 관객을 만나고 있다. 피아노 뿐 아니라 오르간 연주에도 애정을 갖고 프랑스 앙굴렘의 성베드로성당 등에서 독주회를 가졌다.

김세일 테너는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스위스 제네바 음악원, 스위스 취리히 음대 최고연주자 과정, 네덜란드 오페라 스튜디오를 거쳤으며 거장 니콜라이 겟다, 프랑코 코렐리를 사사했다. 아테네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2위 입상을 시작으로 베르비에 페스티벌 아카데미 최고의 성악가상 등 저명한 국제 콩쿠르 및 음악제에서 연달아 수상했다. 특히 바로크 오페라 작곡가들에게 최고의 소재로 꼽히는 ‘오르페오’ 역을 다양한 작품들에서 열연, 극찬 받았으며 강원대 교수로 임용, 강원대 문화예술공과대학 부학장을 맡아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아벨 콰르텟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단으로 제1·2바이올린의 구분이 없는 것이 특성이다. 작품마다 다채로운 음색과 색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덕분이다. 2015년 제6회 요제프 하이든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현악사중주단 최초로 1위를 차지, 국내보다 유럽 무대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냈다. 국내에서는 2016년 제5회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에서 대상을 수상해 대한민국 실내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춘천시립교향악단은 1985년 창단 이후 탄탄한 구성력과 다양하고 참신한 기획력을 통해 강원도는 물론 국내 최정상의 교향악단으로 성장해 오고 있다. 수준 높은 연주력과 앙상블을 바탕으로 국내외 최정상급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를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송유진 제5대 상임지휘자가 이끌며 또다른 매력의 음악성을 키워가고 있다.

김재연 쳄발리스트는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전문연주자,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마이스터엑자멘 과정을 졸업하고 쳄발로를 전공한 그는 프라이부르그 국립음대에서 쳄발로와 포르테피아노 전문 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춘천국제고음악제 예술감독을 맡아 음악제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고음악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알테무지크서울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음악제 프로그램 노트도 직접 썼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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