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오년 8월 2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낙연 의원이 자택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당시 전당대회는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TV’를 통해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비대면)방식으로 진행됐다.(민주당 제공)
▲ 202오년 8월 2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제4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이낙연 의원이 자택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당시 전당대회는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TV’를 통해 온택트(온라인을 통한 비대면)방식으로 진행됐다.(민주당 제공)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0년 8월 29일, 더불어민주당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76석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지도부를 갖추는 행사였다. 당시 전당대회는 절대 다수의석을 지닌 집권당의 대표에 누가 당선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당대표는 다가오는 20대 대통령선거를 통해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한편, 당대표 스스로 차기 대권 도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장점도 있었다.

당시 당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이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내고 21대 총선에서 정치 1번지인 종로에서 당선된 이낙연 의원과 TK 출신으로 지역주의와 싸워온 김부겸 전 의원 그리고 개혁 성향의 박주민 의원이었다. 결과는 이낙연 의원의 압도적 승리였다. 대의원과 권리당원, 일반당원과 국민여론조사에서 60.77%의 지지로, 2위를 기록한 김부겸 후보에 3배 가까운 표 차로 승리했다. 선거결과가 말해주듯 실제로 당대표 선거전은 처음부터 맥 빠진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차기 유력 대권후보인 이낙연 의원의 압승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낙연 의원의 당대표 당선은 차기 대권도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낙연 대표로서는 양날의 칼을 쥔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대권가도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을 잘 살리면 유리한 국면을 조성할 수 있지만, 반면에 정부여당의 실책에 따른 악화되는 여론에 대한 책임도 짊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당대표직을 맡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당내 기반을 갖추는 것이 경선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당대표에 도전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밀렸고, 정권재창출 또한 실패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당대표 선거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였다.

▲ 지난 6일 원주 한라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선 강훈석 후보, 박용진 후보, 이재명 후보가 환호하는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지난 6일 원주 한라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선 강훈석 후보, 박용진 후보, 이재명 후보가 환호하는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당대표 등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치른다. 강원도에서 시작한 지역순회 경선은 일주일 후 수도권에서 전당대회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그런데 한창 박진감 넘치는 결전이 돼야 하는 전당대회가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당시에도 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럼에도 대선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라 나름대로 관심을 끌 수 있는 대목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맥 빠진 대회가 되고 말았다. 공공연히 ‘어대명’을 넘어 ‘확대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니 그럴 수밖에.

그러다 보니 거대 야당의 전당대회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논란에 묻혀버렸다. 현실적 권력에 맞서는 한 젊은 정치인의 당찬 기개가 오히려 국민의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에 당대표 선거가 자기들만의 잔칫상 다툼으로 비치는 것이 한몫했다. 관심 속에 전당대회를 치르려면 오늘의 야당에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살펴야 했다. 이는 대선과 지선 패배 이후 당의 향후 진로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민주당은 대선과 지선의 패배 원인을 두고 논쟁만 가득했다. 선거공학적 분석이나 후보 탓, 혹은 반이재명 탓에 머무는 것이 그것이다. 차라리 후보 개인의 자질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더라도 조금 나았을 정도로 맥없는 전당대회가 되고 말았다. 당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 국민의 눈높이에서 당내 문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노선에 대한 입장을 놓고 맞붙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특히 정권재창출에 실패한 후 실망한 국민들에게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제시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대선 당시 민주당을 외면했던 중도층과 ‘이대남’으로 통칭되던 젊은 층에 대한 깊은 고민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국민의 지지를 많이 잃고 있지만, 이것이 민주당 지지로 향하지 않는 이유를 돌아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국민 우선’을 강조했지만, 실제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여권의 이런 태도는 이를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야당에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빠져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의 이번 전당대회 특징 중 하나는 강력한 팬뎀문화가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의 또 다른 반대층, 복병과도 같았던 ‘이대남’의 출현이 정권재창출 실패의 한 요인이 됐다면, 대선 패배 후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이른바 ‘개딸’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개딸은 한 드라마의 대사에 나왔던 ‘개 같은 성격의 딸’을 줄임말로 알려졌는데,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개혁의 딸’이란 의미로 불렸다.

‘개딸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대남의 상대적 포지션과 정치적 무관심층에서 정치적 고관여층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대선 과정에서 페미니즘이 이슈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정치적 결속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030 여성의 정치참여는 매우 바람직하다. 다만 배타적 결집이 아닌 포용적 결집이 전제돼야 한다. 동시에 특정 인물 중심이 아닌 같은 지향점을 향해 이를 함께 실현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심도 없고, 재미도 없고, 흥행도 되지 못하고 그저 ‘당헌 80조’만 남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보면서, 그것이 단지 ‘이준석 亂’에 밀렸기 때문으로 여기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현실을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이준석 전 대표는 연일 이슈를 만들어가면서 국면을 자기중심으로 이끌고 있다.

자연히 국민의 관심은 ‘이준석 대 대통령’ ‘이준석 대 국민의힘’에 쏠리고 있다. ‘이대명’ ‘확대명’으로 끝나가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미 스포일러 과거형이 됐고, ‘이준석 亂’은 흥미진진한 현재진행형이 됐다. 더구나 ‘이준석 시리즈’는 종영이 많이 남은 인기 드라마다. 민주당으로서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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