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주요 의료기관 정원 못 채워, 근본 대책 절실

도내 의료기관들의 전공의 미달 현상이 반복돼 의료 공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특히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등 진료 수요가 많은 과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의료 사각지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의료기관마다 전공의 미달 사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조기에 해결할 마땅한 대책이 없어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최근 도내 주요 의료기관에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실시했지만 전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모집을 마감한 강원대병원의 경우 내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등 총 5명의 모집 정원 중 신경외과 1명만 지원했습니다. 도내 병원 중 가장 많은 11명의 전공의를 모집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역시 신경외과 1명만이 지원했습니다. 강릉 아산병원은 3명 모집·1명 지원에 그쳤고,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은 3명 모집에 한 명도 응시하지 않았습니다.

특정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강원대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강릉아산병원의 경우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내과 전공의를 하반기에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전공의 모집에서 미달한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내과 등의 경우 다른 전공에 비해 노동 강도가 높아 본과 졸업생들이 지원을 꺼리고 있는 부서로 꼽힙니다. 인력을 충원하지 못한 과는 전문의들이 당직까지 전담하는 실정이지만 이 같은 현상이 되풀이 될 경우 강원도는 의료공백을 넘어 의료 붕괴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전공의 미달은 도내뿐만 아니라 전국 의료기관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습니다. 전공의 선호도가 높은 서울대, 세브란스, 아산 등 소위 빅 5 병원도 충원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총 6명을 모집한 서울대병원 지원자는 5명으로 미달 사태를 면치 못했으며, 서울 아산병원은 4명 모집에 2명에 그쳤습니다.

전공의 모집의 여건은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는 없습니다. 의대생들 사이에서 인기 과와 기피 과의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고, 출산율 저하로 전국 대학·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습니다. 병원들은 전공의들에게 좋은 수련 환경을 조성할 재원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병원과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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