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치버섯
▲ 까치버섯

‘까마귀 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 마라/성낸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시기하니)/창파에 조히(깨끗이)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고려 충신 정몽주의 어머니가 지은 시조입니다. 이방원의 ‘하여가’, 정몽주의 ‘단심가’와 함께 널리 암송되는 노래지요. 정쟁에 휘말려 명예는 물론 목숨마저 위태로워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엿보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냉혹했습니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이분법적 권력투쟁에서 정몽주는 죽임을 당하고, 이방원은 새로운 나라의 주인공이 됐지요. 고려말 국제정세와 정치 상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씁쓸합니다.

근묵자흑(近墨者黑)! 먹을 가까이하면 자신도 모르게 검어진다는 뜻으로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정몽주의 어머니도 이 말을 전하려 했겠지요. 가을 숲에 들면 이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버섯을 만날 수 있습니다. 먹물을 뒤집어쓴 듯 흑청색으로 반짝반짝 윤이 나는 버섯! 까치의 깃털을 닮아 ‘까치버섯’으로 불리며 먹버섯, 곰버섯 등의 이칭을 갖고 있습니다. 침엽수와 활엽수림대에서 발생하며 향과 맛이 좋아 볶음과 찌개 등 다양한 요리에 쓰입니다. 쫄깃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살짝 데쳐 숙회로 먹거나 밥을 지을 때 함께 넣기도 합니다. 멀리하기보다는 자주 만나고 싶은 버섯이지요.

블랙 푸드로 인기가 높은 이 버섯은 성인병 예방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합니다. 학계에서는 2000년대 초 폴리오젤린과 키냅신-12 성분을 발견했는데 이 물질이 기억상실과 노인성치매를 예방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까치버섯이 항치매 작용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항종양 작용으로 대장암, 위암, 중추신경계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식중독을 예방합니다. 버섯이 함유한 해초향은 다른 식재료와 잘 어울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을 수긍케 하지요.

까치버섯과 정치!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근묵자흑’을 떠올리면 현 정치 상황이 곤혹스러워집니다. 내홍이 깊어진 여당은 같은 편(?)끼리 이전투구 행각을 벌이며 통합과 포용, 공생의 가치를 잃었습니다. 정치의 허물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양두구육(羊頭狗肉)이 정치의 본 모습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도 실책입니다. 어쩌면 도덕과 양심을 바탕으로 정책과 비전을 내세웠던 지금까지의 정치가 ‘가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출범 100일이 지나도록 일할 내각조차 구성하지 못한 정권! 무능이 일상으로 번질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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