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639조원 중 ‘0원’ 지역 소비 순기능 무시하나

내년 국비 안에 지역화폐 지원은 ‘0원’인 것으로 드러나 지방자치단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지역화폐는 그 지역안에서 소비되기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이 다수인 지역경제에 숨통을 트며, 상권 유지에 기여해왔는데 갑작스럽게 내년 예산에 한푼도 편성하지 않은 것입니다. 2022년 한 해동안 지역화폐 지원 예산이 7000억원 규모였던 것에 비하면 ‘0원’이라는 초유의 황당한 지경을 맞게 됐습니다.

당장 강원도 및 15개 시·군은 가뜩이나 재정에 압박 요인이 됨으로써 사실상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폐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위기에 처하게 됐습니다. 중앙정부에 세원이 몰려있는 현 상황에서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비를 0원 처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지방정부 여론을 무시하고 난감한 상황을 초래한 일방통행식 중앙정부 결정은 매우 유감입니다.

근래 소비 패턴이 유통에 유리한 대기업 및 온라인 판매가 강세인 상태에서 지역화폐는 지역 내에서 호평받으며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입니다. 얼마전 양구군 발행 양구사랑상품권 ‘배꼽페이’ 누적 판매액이 1300억원을 넘어섰다는 기사가 강원도민일보에 실렸습니다. 무려 양구지역 1200여 곳의 상점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역화폐는 그 지역 안에서만 통용돼 소비를 촉진하고 소상공인은 지역화폐를 즉시 현금화하고 환전수수료도 무료여서 인기입니다. 지역 소비자는 액면가의 5~10% 할인 인센티브 제공이 있어 선호하면서 거의 모든 업종 상가에서 편리하게 쓰고 있습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19 악영향을 줄이는 차원에서 재난지원금이 지역화폐로 지급돼 발행 규모가 대폭 늘었고, 유용성에 대한 긍정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더구나 지역화폐는 내년 시행되는 ‘고향기부제’에서 활용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관광산업이 주역인 지역 현지서 쓸 수 있는 지역화폐를 답례품으로 제공을 검토 중인데 찬물을 끼얹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역화폐 인센티브는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확보했는데, 중앙정부가 빠지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중앙정부가 여전히 지방정부를 대등한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복속을 요구하는 불명예스러운 결정입니다. ‘억강부약’해야 할 국비 예산이 쇠퇴하는 지역 관점에서 편성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민생 이해 부족이고, 민심과 동떨어진 이 결정은 고쳐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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