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세대 합창페스티벌 피날레
남녀노소·장애 무관 2000여명
공연자·객석 구분 없이 ‘합창’

▲ 온세대 합창페스티벌 피날레 공연이 지난 3일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열렸다.
▲ 온세대 합창페스티벌 피날레 공연이 지난 3일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열렸다.

평범함이 모이면 감동이 된다. 나이와 국적, 장애와 비장애를 불문하고 합창으로 하나된 음악회였다. 객석의 관객까지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과 선명한 달빛 아래 화음을 맞추며 음을 쌓아나갔다. 함성 같은 하모니였다.

춘천문화재단이 주최한 ‘온세대합창페스티벌’ 피날레 공연이 지난 3일 KT&G 상상마당 야외공연장에서 열렸다. 전환가족합창단의 환영의 노래를 시작으로 대표 가족합창단 5팀, 강원도 교사들의 모임인 늘배움합창단 등의 공연이 진행됐다.

2000명 이상의 관객이 모인 이날 행사는 합창으로 하나가 된 시간이었다. 임창은(춘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예술감독은 객석을 향해 ‘문어의 꿈’을 캐논(돌림노래) 형식으로 지휘하며 놀라움을 이끌었다. 어린이 관객들의 호응이 단연 으뜸이었다.

임창은 예술감독은 “함창은 올림과 어울림이다. 서로를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며 화음을 쌓아가는 일”이라며 “숙련된 사람들도 서로의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시민 합창단원들이 지난 2년간의 팬데믹을 견디며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지켜왔듯이 ‘다시 시작하는 기쁨, 함께 노래하는 우리’라는 주제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레떼아모르의 멤버 길병민과 박현수(춘천 출신)의 축하공연도 관심을 모았다. 이들은 다양한 팝페라 곡과 함께 앙코르 곡으로 이탈리아 칸초네 ‘볼라레’를 관객과 함께 부르며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바리톤 박현수는 “제 출생지가 춘천인데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합창단의 공연을 보면서 잊고 있던 노래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불타올랐다”고 말했다.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또한 “역대급으로 뜨겁고 사랑이 넘치는 박수를 받았다. 여러분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축복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온세대 합창페스티벌 피날레 공연이 지난 3일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열렸다.
온세대 합창페스티벌 피날레 공연이 지난 3일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열렸다.

이어진 떼창의 기쁨 ‘싱어롱’ 시간에는 객석과 무대가 하나가 돼 ‘문어의 꿈’, ‘진또배기’, ‘타임 투 세이 굿바이’ 등을 메들리 형식으로 선보였다. 관객들은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알토 등 각 파트에 맞는 화음을 선보이며 문화예술에 대한 수준 높은 감각과 시민력을 발휘했다.

춘천남성합창단원으로 활동했던 육동한 춘천시장도 배우자 윤일숙 씨와 함께 무대에 올라 합창의 기쁨을 누렸다. 육동한 시장은 “합창을 했던 시간은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때였다”며 “합창이야말로 다름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인간이 창조한 완벽한 예술이다. 여러분들이 상상마당을 천국으로 만드셨다. 시민들의 화음과 멜로디가 온 세상을 평화롭고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6번째 시즌을 맞은 온세대합창페스티벌은 국제대회에 입상한 합창단 5팀의 개막공연, 어린이·청소년 합창단의 진수를 선보이는 ‘아이누리’, 가족합창단 발표회, 피날레 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총 65개 합창단 2279명의 합창 단원이 참여했다. 합창 단원들은 지난 6월 발대식으로 시작으로 10주간의 연습을 마쳤으며 일상 속 소소한 공간들을 찾아간 버스킹 음악회도 함께 열렸다.

강이석 춘천고 교사는 “아내가 춘천시립합창단 단원(김주연 소프라노)이라 페스티벌에 참여했다”며 “연습하는 과정 속에서 합창의 의미를 새롭게 알 수 있었다. 공연자들이 관객과 목소리를 맞추고 화음을 내는 것이 굉장히 신기하고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특히 가족합창단 발표회에서는 춘천문화예술회관 앞 마당을 공연장으로 처음 활용해 호평을 받았다. 아늑한 조명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공간에 말 그대로 ‘온 세대’의 화음이 어우러졌다. 아빠 품에 안긴 아기부터 80세 어르신들까지 한 무대에 서 노래하는 모습, 장애인이 자신들의 가족, 비장애인들과 손잡고 화음을 맞추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심사에 참여한 서형일 서산시립합창단 지휘자는 “예상보다 더 많은 감동과 영감을 받고 간다. 전국 합창단 지휘자들이 춘천 온세대합창페스티벌의 사례를 공유하는 워크숍을 갖는 등 전국으로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선아 부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도 “전국 시립합창단 지휘자들에게 새로운 합창운동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페스티벌”이라며 “시민들이 어떻게 참여하는지 직접 보고 싶었는데 무대를 만들어주신 정성과 진심에 감동했다. 춘천에서 시작된 온 세대가 함께 하는 축제의 바람이 전국에 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여진·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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