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남규 지휘자 겸 작곡가
원주시립합창단 100회 정기공연
오늘 백운아트홀 ‘모테트’ 주제
소명의식 속 고난이도 선곡 눈길
“정통 합창 전문성 저하 경계해야”

▲ 정남규 원주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 정남규 원주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정남규 원주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는 국내 합창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는 고집쟁이다. 일반적인 합창 지휘자가 걸어갈 수 있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중이 좋아하는 곡 보다는 정통 합창곡을 주로 선보여왔다. 때문에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꼽힌다. ‘합창 조련의 지장’이라고도 불린다. 정남규 지휘자가 이끄는 원주시립합창단은 수준 높은 전문 합창을 기반으로 세계 곳곳에서 인정받은 실력파 단체다. 1988년 아마추어로 창단, 1997년 정남규 지휘자 부임 이후 기틀이 마련됐다. 2006년 전문합창단으로 자리잡으며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합창 레퍼토리를 선보여왔다. 합창 소재의 영화 ‘하모니’ 삽입곡을 녹음했고 2007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한국합창대제전에 초청됐다. 2014년 세계합창심포지엄에 한국 대표로 참가, 영국 교회음악 전문지로부터 “한국과 서양의 소리가 잘 어우러진다”는 평도 받았다.

원주시립합창단이 22일 원주 백운아트홀에서 100회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주제는 ‘전곡 아카펠라로 연주되는 세계 여러나라의 모테트’다. 프랑스·러시아·스페인 등 시대와 국가를 뛰어넘어 다양한 나라의 곡을 선보인다. 접하기 쉽지 않은 라흐마니노프의 합창곡도 준비했다. 100회 정기연주회를 앞둔 정 지휘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100회 정기연주회 를 맞는 소회는.

=“단원들과 한 마음으로 하며 합창계에서 많은 인정을 받아 온 것 같아 감사하다. 좋은 단원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복이다. 원주가 고향이고 창단 지휘자이다 보니 신뢰가 쌓여왔다고 본다.”

-세계의 모테트를 주제로 한 이유는.

=“서양 합창음악은 악기가 없는 아카펠라에서 시작됐다. 중세 르네상스 시대 종교음악으로 주로 쓰이던 무반주 다성 성악곡인 ‘모테트’가 가장 대표적 장르다. 전문 합창단인만큼 조금 어려워도 대중이 좋아하는 곡 보다는 합창 음악의 원형을 선보이고 싶었다. ”

-대표 프로그램이 있다면.

=“합창음악사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며 현대합창의 문을 연 프랑스 작곡가 프랑시스 풀랑크의 G장조 미사곡이다. 난이도가 너무 높아 할 수 있는 국내 합창단이 거의 없다. 음악 진행에 있어 상상하는 부분을 많이 벗어나 있다. 좋아하는 곡이지만 연습 도중에 멘탈이 나갈 뻔한 적도 많다.”

-원주시립합창단의 정기공연은 어려운 곡이 많다.

=“기획 연주회에서는 대중에 친숙한 곡을 선보이지만 정기연주회에서는 아마추어 합창단이 할 수 없는 공연을 선보이는 편이다. 일종의 소명의식이다. 기악은 고급화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합창음악의 현실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보편적 일반화로 인해 합창음악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지휘자들이 말을 잘 안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전문 합창단의 실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오히려 사설합창단 수준이 시립합창단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유럽 작곡가들이 상상했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생각이 달라 논쟁을 벌인 적도 많다. 20년 전 한 클래식 마니아가 ‘전문합창단 연주를 들으러 갔는데, 아마추어도 할 수 있는 공연을 연다면 가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그간의 방향설정에 큰 역할을 해왔다.”

-원주시립합창단의 음색은 어떤가.

=“우리나라 합창단은 밝고 깨끗한 미국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는 굳이 얘기하자면 깊고 어두운 편이다. 독일이나 북유럽쪽에 가깝다. 내가 추구하는 정통 합창에 있어 가장 유용한 소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작곡가이기도 하다. 대표곡은.

=“젊은 시절부터 작곡의 꿈이 있었다. 2년전 작곡한 가곡 ‘등대’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강릉의 이홍섭 시인이 시를 썼는데 수원·과천·안양·춘천시립합창단 등이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합창음악의 매력은 무엇인가.

=“악기를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장르여서 접근성이 좋다. 목소리는 가장 인간적인 연주 수단이고 가사가 동반되기에 메시지를 가장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정통합창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막상 와서 보면 대중성을 넘어서는 매력이 있다. 그런 기대감을 갖고 와주시면 감사하겠다.”

-올해 활동 계획은.

=“원주 상원사에 내려오는 한국의 전설 ‘은혜갚은 꿩’을 소재로 창작 칸타타를 선보일 계획이다. 까치 설화로도 불리는데 원주시의 상징새 꿩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프로필=△원주 △강원대 음악교육과 작곡 전공 △ 오스트리아 빈 시립음악원 앙상블 지휘과 졸업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원 작곡과 디플롬 △한국지휘자협회 이사장 역임 △서울작곡포럼·백령작곡연구회 회원 △한국남성합창단 지휘자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