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대 고환율 고착화 우려
불확실성에 코스피 2100까지 위협
정부, 단기변동성 적극 대응

▲ 22일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400원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개장 직후 1,400원을 넘어섰다.연합뉴스
▲ 22일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400원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개장 직후 1,400원을 넘어섰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킹달러’(달러 초강세)에 환율 상승세도 당분간 지속된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환율 급등으로 수출 둔화·주식 폭락·물가 상승의 후속 여파로 경제 성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 환율 13년 6개월 만에 1,400원 돌파…“1,450원 가능성도”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지난 6월 23일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이후 △ 8월 29일 1,350원 △ 9월 2일 1,360원 △ 9월 5일 1,370원 △ 9월 7일 1,380원 △ 9월 14일 1,390원 선을 차례로 뚫으며 고점을 높여왔다.

최근 환율이 빠르게 오른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세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고,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하면서 달러 가치가 뛰어올랐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커진 만큼 상단을 폭넓게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서면 위로는 다 열려있는데, 일단 50원씩 열어두고 보는 분위기”라며 “연준이 당분간 매파적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1,430∼1,450원 터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진단하고 있다.
 

▲ 춘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 춘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고환율·고물가·고금리·저성장·수출둔화 ‘복합위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마저 돌파하면서 고환율·고물가·고금리·저성장이라는 복합위기 국면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수입 증가 폭은 키워 경상수지 등 대외건전성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원화 가치의 하락은 수입 물가의 상승 폭을 키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전월(6.3%)보다 낮아졌으나, 수입 물가의 오름세가 지속된다면 물가 상승세는 다시 확대될 수 있다.

물가가 떨어지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금리는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 위축을 낳고 부채 위험도 키울 수 있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757조9000억원에 이른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p) 인상될 때마다 산술적으로 가계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3조4455억원 늘어난다.

통상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혜를 본 수출 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만 초강세를 보여 중국·일본 등 수출 경쟁국들의 통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고 수출 기업들이 쓰는 원자잿값이 오히려 오르기 때문이다.

주요 교역국인 중국·미국 등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도 수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 22일 코스피는 27.51p(1.17%) 내린 2,319.70, 코스닥지수는 8.07p(1.07%) 내린 746.82로 개장했다.  연합뉴스
▲ 22일 코스피는 27.51p(1.17%) 내린 2,319.70, 코스닥지수는 8.07p(1.07%) 내린 746.82로 개장했다. 연합뉴스

◇투자심리 위축에 코스피 2100까지 떨어질 수도

증시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 속도가 가파른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심리 위축과 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증시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22일 개장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자 국내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수출업체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환율보다 금리 상승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다.

최근 증시에서 우려할 점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다시 팔고 있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달 3조65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이달 들어선 현재까지 1조8000억원 넘게 순매도중이다. 지난 13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이달 들어 줄곧 매도 우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고조되는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증시 불확실성이 가장 고조될 것으로 봤다.

금리 인상에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올해 말과 내년 초 코스피는 저점을 더 낮출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통화당국의 금리 인상 지속에 조만간 경기침체가 지표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며 “증시가 내년 1분기까지 본격 약세장에 들어가면 코스피는 2,100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외환당국 “단기 변동성 적극 관리…대외 건전성 지표는 양호”

외환당국은 경계 태세를 갖추고 원/달러 환율 수준과 상승 속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비상 거시경제금융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긴축 경로 등이 당초 시장의 예상 수준을 뛰어넘고 성장 전망이 큰 폭 하향 조정되면서 오늘 새벽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소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 등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고강도 금융긴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악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추 부총리는 “앞으로 한동안 전 세계적으로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며 “단기간 내 변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내년 이후의 흐름까지도 염두에도 두고 최적의 정책조합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환율 상승의 원인, 대외건전성 지표 등을 고려할 때 반드시 ‘환율 1,400원 = 위기’ 공식이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져 온 달러당 1,400원 선이 뚫리면서 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위험이 커졌다.

외환당국은 국내외 외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에 따라 미세조정 등 시장 안정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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