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학과 정원 늘고 쏠림 현상 심화, 수출도 급감

강원 반도체 인력 양성을 주제로 한 포럼이 김진태 지사, 원강수 원주시장 등이 참석해 10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있었습니다. 교육부 추진 반도체 특성화대학과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유치는 물론 가칭 한국반도체교육원 설립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강원대와 한림대 총장이 동석해 반도체 모형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이율곡의 십만양병설에 빗대 ‘1만명 강원형 반도체인력 양성론’을 꺼냈습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원주의 반도체 공장 유치를 공약했던 것을 지금은 연구소 설치와 인력 양성으로 바꿔 추진 중이나, 기존의 도내 반도체학과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나오고 있어서 현실성에 의구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정감사에서 민형배 국회의원이 교육부 자료를 토대로 전국 22개 대학 25개 반도체학과의 2022년 충원율을 밝힌 결과 정원이 미달된 7개 대학은 모두 비수도권 대학이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이 계약된 대학을 비롯해 서울·경기권 대학은 모두 100%의 충원율을 보였습니다. 지역인재들이 수도권 반도체학과를 선호하는 현상이 내년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8월 교육부가 대학의 첨단학과를 신설 내지 증원하는 조건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대학이 정원을 늘리려면 부지와 건물, 교원, 재산 등의 기준을 골고루 충족해야 했던 것을 2024학년도부터는 교원만 확보하는 것으로 바꿨습니다. 반도체학과 증원을 희망하는 수도권대학에서 적어도 1000여명대의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울산대가 물리학과를 반도체학과로 개편하는 등 비수도권 지역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공업이 강세이거나 지난 10여년동안 첨단산업이 육성되고 반도체공장이 들어서있는 충청권 중심으로 중앙정부 지원사업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장기간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PC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소비 위축에 따른 여파도 부정적인 요인입니다. 최근 효자 종목인 반도체 수출에서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10월 들어 열흘동안 반도체 수출액이 2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반도체기업 인텔은 소비 급감으로 인한 타격을 줄이기 위해 인력 감축설이 나오는 등 둔화가 예고돼 있습니다. 강원 반도체인력 1만명 양성 관철에 따른 걸림돌은 더 있습니다. 행정 불신 부작용도 부를 수 있어 지자체장은 막연한 애드벌룬을 띄우는데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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