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소방관들 이태원 참사 투입 증언
의사·제복 등 핼러윈 복장 혼선 초래

▲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 제보 영상 캡처]
▲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 제보 영상 캡처]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대규모 참사, 믿기지 않았습니다.”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는 강원도 소방관들에게도 충격이었다. 서울로 급파된 26명은 사고현장을 수습하는 데 매진했다.

30일 자정. 춘천소방서 상황실로 출동 지령이 내려왔다.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해 서울로 긴급 출동한다는 내용이었다. 춘천소방서 소양119센터 소속 이수철 소방교(29)는 “처음 지령을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지난 밤 상황을 설명했다.

(왼쪽부터) 춘천소방서 소양119센터 이수철 소방교, 철원소방서 갈말센터 엄이슬 소방장
(왼쪽부터) 춘천소방서 소양119센터 이수철 소방교, 철원소방서 갈말센터 엄이슬 소방장

이 소방교는 “고속도로부터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가자마자 부상자와 시신들을 구급차로 이송했다”라며 “현장 지휘통제에 따라 삼육서울병원에 시신 한 구를 옮긴 뒤 복귀했다”고 말했다. 그는 “안타깝고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고를 현장에서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컸다”라며 “현장에서 부상자나 사망자 대부분이 신원 미상으로 분류돼 현장에서 신원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임관 4년차인 이 소방교는 “임관한 뒤 이런 대규모 인명피해 현장을 겪은 것은 처음이다”라며 “모든게 믿기지 않았다”고 심경을 전했다.

▲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 제보 영상 캡처]
▲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 제보 영상 캡처]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각종 코스프레로 꾸며진 사상자들의 ‘핼러윈’ 분장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혼선을 가져왔다. 철원소방서 갈말센터 소속 엄이슬(36) 소방장은 “이번 현장에 출동하면서 느낀 건 첫 번째로 대부분의 시민들이 상처와 피 분장을 하고 있는채로 쓰러져 있거나 거리를 활보해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라며 “의사나 경찰 제복을 입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로 보이는 사람에게 교통정리를 요청했더니 제복을 입은 일반 시민이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엄 소방장은 “환자를 구급차로 이송하면서 사망자의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져 확인했는데 부재중 전화가 수 십통이 와 있었다”라며 “부모의 입장을 고려해 개별 행동을 해야 할 지 망설였던 순간이 있었다. 아직도 뇌리에 남는다”고 말했다.

임관한 지 10년이 지난 베테랑에게도 이번 현장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엄 소방장은 “2009년부터 임관해 일을 하면서 사망사고나 자살 등 여러 사상자들을 목격했지만 이번 처럼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현장을 목격한 것은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소방본부는 지난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당시 구급차량 10대와 인력 26명을 투입해 사고 수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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