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없는 호르니스트 클리저 공연
대관령음악제서 조재혁과 협연
발가락 운지법·전곡 암보 눈길
올해 마지막 토크 콘서트 무대

최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펠릭스 클리저와 조재혁 피아니스트의 공연.
최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펠릭스 클리저와 조재혁 피아니스트의 공연.

소리에 대한 진심 앞에서 장애는 무기가 되지 않았다.

호른은 관악기 중에서 가장 어려운 악기로 꼽힌다. 오케스트라의 전체를 연결하며 고유의 음색을 표현하는 악기이지만 작은 변화에도 음이탈이 나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일 출신 펠릭스 클리저의 무대는 두 팔이 없는 약점을 어떻게 강점으로 승화시켰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춘천 출신 조재혁 피아니스트의 대화가 어우러지는 ‘대관령음악제 연중기획 시리즈-조재혁의 토크콘서트’의 올해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다.

조재혁 피아니스트와 함께 호흡을 맞춘 이날 공연은 슈만, 폴 뒤카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베토벤, 글리에르, 라인베르거 등 주요 작곡가들이 호른과 피아노를 위해 작곡한 곡을 선보였다. 호른의 음정을 입으로 조절하는 클리저의 음색은 정교하면서도 범위가 넓었다. 서정적인 연주와 유연한 표현력은 그의 연습량을 대변했다. 약점을 장점으로 승화한 케이스였다.

뛰어난 ‘손놀림’ 대신 다리를 가슴 높이까지 끌어올리는 ‘발가락 운지법’ 또한 놀라움을 자아냈다. 전곡 악보를 외워온 성실함도 남달랐다.

최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펠릭스 클리저와 조재혁 피아니스트의 공연.
최근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펠릭스 클리저와 조재혁 피아니스트의 공연.

‘알렉스’라는 이름을 붙인 클리저의 호른은 날마다 반응이 다르다고 한다. 연주 도중 호른에 문제가 생겨 클리저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조재혁이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1악장을 연주하는 등 임기응변도 빛났다.

조재혁은 공연에 앞서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연주회”라고 공연을 소개했다. 조 피아니스트는 “클리저는 호른을 잘 불러서 여기에 왔지, 장애가 있어서 무대에 오른 것이 아니다”라며 “91년생 호른 연주자의 미래를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클리저 또한 “이번 한국공연으로 관객들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앙코르곡으로 생상스의 로망스가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의 환호와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그가 앉아 있던 의자앞에 놓여진 특별한 호른 ‘알렉스’도 기억에 남았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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