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김건희 여사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팔짱을 낀 것을 두고 논란이 되더니, 이번에는 대통령실 MBC 출입기자의 팔짱과 슬리퍼까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회견을 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자가 팔짱을 낀 채 대통령의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이 기자는 슬리퍼까지 신고 있었던 것이 밝혀져 기자로서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이전 대통령과 다른 점을 꼽는다면 아마도 출근길 약식회견, ‘도어스테핑(doorstepping)’ 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한 것도 국민과 가까이 다가가려는 뜻이라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취임 초인 지난 5월 12일부터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자연스럽게 기자들과의 도어스테핑을 이어갔다.

도어스테핑의 원조 격인 영국에서는 ‘정치 유세나 정보 수집을 위해 누군가와 그의 집 앞에서 대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사전 동의 없이 취재원과 대면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인터뷰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도어스테핑이 다소 부정적인 취재방식으로 읽히는 이유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시작한 도어스테핑은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하는 것을 의미했다.

21일 대통령실은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과정에서 MBC 기자와 대통령실 참모 간의 고성이 오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여권은 해당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팔짱을 낀 채 회견에 참석했다는 것을 문제 삼고 나섰다. 전용기 탑승 거부에 이어 도어스테핑 중단과 가림막까지 설치한 것은 모두 특정 언론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보기에는 결국 ‘슬리퍼에 팔짱 낀 기자’로 인해 도어스테핑 중단과 가림막이 설치한 것이 된다. 그래서 이런 조치들이 그동안 윤 대통령의 대인배 기질에 호감을 가졌던 국민에게 ‘옹졸한 대통령’으로 비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