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출근길 일문일답이 사흘째 묵묵부답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6개월여 이상 지속됐던 대통령과 기자의 만남이 뚝 끊겼다. 대통령실과 국민 간 소통 채널로 자리 잡던 도어스테핑은 당분간 재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까지 청와대와 대통령실을 취재해 온 기자 입장에서 매일 아침 대통령과의 만남은 파격적이었다. 대통령과 기자들이 한 건물에서 생활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다. 여기에 아침마다 대통령과 기자들이 국민적 관심사를 갖고 문답을 주고받는 것은 획기적 전통의 첫걸음이었다. 정권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결단이었다. 무소불위 거대 야당이 여의도를 장악하고 어느 정권에는 버들처럼 나긋나긋하고 어느 정권에는 날선 칼날처럼 까칠한 언론들이 진을 치는 상황에서 도전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과 언론의 만남은 1년 내내 신년과 취임일 기자회견이 고작이었다. 취임 초 소통을 철석같이 약속했던 문재인 정권도 기자들과의 만남 자체를 마다했다. 후반기에는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의례적인 기자회견도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출입기자들을 제쳐놓고 관변언론 나팔수를 동원하기 일쑤였다.

23일 아침 용산 대통령실. 대통령과 기자들이 아침 인사를 하고 문답을 건네던 1층 로비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벽으로 꽉 막혀 있다. 출근하는 대통령을 만날 수도 대화할 수도 없다. 불통의 만리장성을 쌓고 소통의 오작교를 불태워 버린 것이다. 영락없는 청와대의 모습이다. 구중궁궐 대통령 공간에 범접할 수 없었던 청와대의 귀환이다. 씨줄과 날줄처럼 정교하게 짜인 기자회견이 각본에 따라 진행됐던 청와대의 부활이다.

진보는 있어도 퇴보는 없다. 산을 떠난 강물은 바다로 가야 한다. 슬리퍼가 소통을 막을 수는 없다. 샤우팅이 발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기자들은 묻고 대통령은 답해야 한다. 청와대 시대를 청산하고 용산 시대를 개척하는 이유와 당위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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