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92년생 리포트
“알음알음 연결된 공동체·낮은 인구밀도 오히려 매력”
‘지역의 인간미’ 도움 받을 곳 많아 장점
수도권보다 여유로운 지역사회 분위기
“인프라 부족해도 복잡하지 않은 강원
바다 보면 잠깐 걷는것만으로도 좋아”

경기 이천이 고향이지만 꿈을 찾아 대전과 서울, 일본으로 떠났던 황덕주 씨는 말했다. “20대는 무조건 떠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그리고 어떤 ‘기대감’으로.”

일과 배움의 기회가 무궁무진한 세계에 대한 기분 좋은 설렘은 20대의 특권이다. 완전히 독립해서 오롯이 ‘나’로서 성장하기를 원하는 20대에게 ‘누구 집 딸, 어느 집 아들’로 불리며 ‘익명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지역 사회는 부담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이러한 이유로 지역살이를 꺼리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고향의 지역공동체가 주는 안정감과 인간미, 수도권에서 느끼기 어려운 사람과 공간 사이의 적당한 쾌적감은 지역살이의 중요한 계기다. 두 이야기를 나눠 들어보자.
 

 

■ 지역공동체의 안정적 연결

이예은(원주) 씨는 “카센터 하나를 가도 아는 사람들로 연결돼 있다. 지역사회의 이런 안정감이 좋다”고 했다. 영월이 고향인 이 씨는 “같은 반 친구와 쭉 10대를 보냈는데 그렇게 알음알음 연결된 공동체가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평창에 오래 산 고동주씨도 지역의 장점으로 인간미를 꼽았다. 그는 “일반화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대도시는 서로 신경을 덜 쓰는 편인데 반해 지역에 살면 전형적 인간미가 있다”며 “못 본채 지나가지 않고, 무엇이라도 도우려 하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속초 사람 탁영주씨도 “지연·혈연 등으로 얽혀 신경써야할 부분이 있지만 도움받을 때가 많아서 오히려 좋다”고 했다.

 

영월의 이명민씨 이야기에서는 보다 밀도 있는 지역공동체의 둥지를 볼 수 있다. 다소 힘든 어린시절을 음악에 몰두하며 극복한 그는 지역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다고 했다. 제대 후 영월로 돌아온 그는 싱크대 공장에서 일하는 동시에 방과 후 학교를 통해 밴드부 지도에도 나섰다. 역시 그를 잘 아는 학교 선생님의 연결이 있었다. 이씨는 말했다. “영월공고 진학 후 지역 어르신, 선생님들의 챙김을 많이 받았어요. 웬만하면 영월을 벗어나지 않고 싶습니다.”

 

이러한 공동체 속 인연은 지역 대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학 조교를 하다 최근 이직한 최일석(원주)씨는 “졸업 후 조교를 하고, 계약이 끝난 후에도 학교 선배가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어요. 그곳에 갔다가 문막에 기회가 생기면서 다시 오게 됐습니다”라고 이직 과정을 설명했다. 덕분에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는 최 씨는 대학 선후배 네트워크가 중요했겠다는 질문에 “그렇죠”하고 즉답하면서도 걱정스레 말했다. “그런데 이제는 대학생 인구도 계속 줄어드니까요.”


■ 적당한 거리가 주는 쾌적함

수도권보다 비교적 여유로운 지역사회 분위기와 낮은 인구밀도 등은 코로나19 이후 지역 매력도를 높여주고 있다. 이지은씨는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사람간 얼마간의 거리, 공간이 필요하다”며 “진심으로 바다와 산, 천혜의 자연이 강원도의 큰 비전이다. 얘기할 게 없어서가 아니라 저는 정말 이것 때문에 강릉에 왔다”고 했다.

 

해군 부사관에서 전역한 김도혁씨도 목포와 부산 등 바다가 있는 지역을 두루 거쳤지만 공기가 더 맑은 동해에서 여유를 느끼고 있다. 김씨는 “바다를 보며 잠깐 5분 걷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했다. 그는 “경기도에서는 길거리 부랑자가 많았는데 강원도에서는 본 적이 없다”는 말도 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최명규 씨도 “시간 여유가 있으면 아무때나 가까운 바다에 캠핑하러 갈 수 있다”며 “다른 곳에 살면 일부러 와야 하지 않나. 제겐 큰 장점”이라고 했다.

 

이런 분위기는 굳이 서울행을 택하지 않는 이유가 된다. 최일석 씨는 “사람 붐비는 것이 싫어서 서울에서 일하는 것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화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수겸씨는 “강원도가 답답하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서울사람들이 운전할 때 답답할 것 같다”고, 강예지씨는 “인프라는 부족해도 복잡하지 않은 강원도가 좋다”고 했다. 여러 모임을 하며 춘천 친구들을 만든 박인아씨는 “서울에서 너무 치열하게 살다가 힘들어서 돌아왔다는 얘기 등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선천적 시각장애인 김유라(춘천) 씨에게는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 큰 도움이 된다. 그에게 필수인 차량이동지원 서비스가 다른 지역보다 원활하다. 그는 “수도권에는 워낙 장애인 수도 많다 보니 (차량지원) 운영이 힘들다는데 강원도는 나은 여건”이라며 “덕분에 안내와 장소 이동 등이 낫고 다른 지역을 갈때도 도움을 잘 받는다”고 했다.

 

반려동물이 있는 경우도 낮은 인구밀도가 큰 장점이 된다. 박재우(원주)씨는 “공터, 공원 등 산책할 곳이 많고 (집들이 서로) 붙어있는 서울보다 이웃에게 피해가 갈까 신경 쓰는 부분도 덜 하다”고 했다.

화천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신승연씨는 키즈카페, 문화센터도 없는 지역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 해보니 답이 나왔다. “산이 키즈카페, 동네 할아버지와 아주머니들이 아기돌보미가 되어주십니다. 주민 왕래가 잦아 엄마들끼리 서로 돌봐주는 커뮤니티도 되니까 오히려 교육환경이 서울보다 좋다고 느꼈어요. 산에서 도토리도 줍고 산림욕도 할 수 있고 나가면 바로 즐길 수 있는 자연이 있으니 자유롭고 촉감 놀이도 가능하죠.” 그리고 덧붙였다. “친구들이 다 여기 있으니까 가장 좋죠. 저는 여기서 아주 잘 살고 있습니다.”

김여진·유승현·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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