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불사초)
▲맥문동(불사초)

한해의 끝자락입니다. 쉼 없이 달려온 330여일의 피로가 온몸에 통증을 남깁니다. 진이 빠지고 기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쉼과 휴식이 필요할 때입니다. 많은 직장인이 워라밸을 외치지만 대개는 일에 치이고 갇힙니다. 쪽잠과 새우잠으로 몸은 지칠 대로 지쳐버리기 일쑤지요. 이쯤 되면 만사가 귀찮고 삶에 회의가 밀려옵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 세속의 일에서 멀어지고 싶지요. 지치지 않고, 피로하지 않은 그 무엇에 대한 갈망! 진시황이 찾았다는 전설의 불로초(不老草)와 불사초(不死草)는 어디에 있을까?

놀랍게도 우리 국어사전에선 불사초(不死草)를 자세히 설명합니다. 겨울에도 얼지 않고 4계절 내내 푸른 기운으로 싱싱한 생명력을 뽐내는 약초! 불사초(不死草)로 불리는 맥문동입니다. 모진 추위를 견뎌 ‘인내’라는 꽃말을 간직한 이 약초는 그 명성만큼이나 놀라운 약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뿌리에 달린 땅콩 모양의 덩이는 기관지 질환에 빼어난 치료 효과를 보이지요. 조선조 최장수 왕이었던 영조가 애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기력 회복과 컨디션 유지에 큰 역할을 합니다. 여름엔 열사병을 예방하고, 인삼과 함께 달이면 훌륭한 자양강장 식품이 됩니다.

맥문동의 가치는 놀랍습니다. 오감을 만족시키지요. 겨울엔 눈 덮인 산야에 홀로 푸르고, 5~8월엔 온 세상을 사랑의 빛으로 물들입니다. 연보라 또는 자줏빛으로 피는 꽃은 군락을 이루며 아찔한 현기증을 불러일으킵니다. 꽃 색과 더불어 은은하게 퍼지는 향기는 쌓인 피로를 말끔히 가시게 하지요. 꽃은 그늘에서 열흘 정도 말렸다가 차로 우려 마시는데 감기와 기관지 치료에 효험이 있습니다. 약으로 쓸 때는 덩이뿌리를 이용합니다. 사포닌이 풍부,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탁월합니다. 불사초로 불린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요.

3년째인 코로나19의 기세가 여전히 무섭습니다. 발열과 함께 참기 힘든 두통, 오한, 통증을 불러일으키며 가뜩이나 힘든 직장인들을 더욱 옥죕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언제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알 수 없습니다. 미리 예방하고 컨디션을 조절해야 합니다. 기침이 잦고 목이 잠기는 증상이 계속된다면 맥문동을 떠올려 보시지요. 꽃진 자리에 초록 열매를 맺고, 흑진주로 익어 한해를 마감하는 불사초! 사철 푸르러 늘 청춘인 이 식물은 사람의 손길이 반가운듯 어느새 조경식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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