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5년새 434곳 줄폐업… 울며 겨자먹기로 원정진료
도 인구 급감에 매년 80곳 문닫아
1차 의료 의원 5년새 120곳 폐업
인건비·임대료 늘고 수입은 줄어

강원도에서는 매년 80개가 넘는 의료기관들이 폐업하고 있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강원도의 경우 의료기관 폐업으로 주민들이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형편이다.

인구 급감으로 의료기관 유지가 어렵고, 의료기관이 문을 닫게 돼 주민들의 의료복지 서비스가 더욱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도내에서만 총 586개의 요양기관(병·의원, 약국, 한의원 등)이 개업했고, 434개가 폐업했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개업하는 요양기관의 수는 각각 144개, 123개, 112개로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폐업하는 요양기관 수는 85개, 82개, 86개로 매년 80개가 넘는 폐업 수를 유지하고 있다.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원의 경우에도 최근 5년 사이 도내에서만 120곳이 문을 닫았다. 내원객이 부족함에 따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홍천에서 내과 의원을 운영하다 지난 해 폐업한 A씨는 “가뜩이나 내원객이 부족했는데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더 줄었다”며 “인건비나 임대료 등 경영비는 늘어나는데 수입은 줄어들다 보니 병원을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도내 곳곳에서는 주민들이 1차 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일반의원, 내과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1차 의료기관 이용 자체충족률이 도내 최하위인 양양의 경우에는 1차 의료기관이 모두 양양읍에만 분포하고 있고 다른 행정구역에는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지역 평균 의료이용 자체충족률이 50% 미만인 고성군(40.5%), 정선군(41.4%), 양양군(42.0%), 화천군(47.3%), 평창군(49.4%)의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이 아닌 타 지역에서 원정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5년간 강원도내 관외 진료실적을 살펴보면 2017년 44만2911명, 2018년 44만6446명, 2019년 44만5164명으로 매년 늘어났다. 이후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40만4865명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 다시 42만664명으로 증가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진료를 위해 타 지역까지 가야하는 수고를 겪고 있다.

화천에 거주하고 있는 박모(68)씨는 “당뇨와 고혈압으로 매달 약을 타 먹어야 하는데 화천에는 마땅히 진료를 받을 곳이 없어 매번 강원대병원까지 나가 진료를 받고 있다”며 “예약을 하고 갔음에도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 병원 다녀오면 하루가 다 지나간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의료정책을 시행할 때부터 지역 의료기관의 상황을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이범 강원도의사회 공보이사는 “지역 의료기관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책을 펼칠 때 지역 상황을 먼저 고려하고 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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