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포 아줌마는 저울을 몰라서 고기 많이 준다’
실수가 성공으로…입소문 타고 문전성시

한우·삼겹살 맛집으로 명성
최종하씨 식육점부터 식당까지
친정 어머니께 배운 김치 히트
1980년대 호황 전대 가득 지폐
2000년 결혼 아들 내외에 넘겨줘
김치·막장 만드는 일에만 관여
식당 뜰 수령 100년 넘은 주목
라일락·왕벚나무·산수유 눈길

▲ 덕포식당 최종하(사진 오른쪽)·김진원 모자.
▲ 덕포식당 최종하(사진 오른쪽)·김진원 모자.

영월읍 덕포시장길 69에 있는 덕포식당을 방문하면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우리 한우와 맛난 삼겹살을 맛 볼 수 있다. 여기에다 230여㎡ 면적의 뜰 안에는 수령 100년이 넘는 천년나무 주목을 비롯해 라일락과 홍·백 목련, 모과나무, 앵두나무, 토종 왕벚나무, 산수유 등의 각종 나무들이 오랜 세월을 함께 하고 있다.

 


■  가난한 살림살이가 밑천이 되다
지금은 아들 김진원(53) 씨가 대를 이어 덕포식당과 덕포식육점을 함께 운영하지만 초기에는 모친 최종하(78) 씨가 1979년 식육점으로 처음 시작했다. 당시 34세의 최 씨는 가난한 살림에 홀 시어머니와 영월읍 연하리에서 농사를 짓다가 돼지 4마리를 구입해 양돈업을 하면서 식육점을 오픈했다. 당시 불거진 돼지 파동으로 사룟값은 비쌌지만 고깃값은 떨어져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부위별 고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다 1근에 600g을 700∼800g에 판매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 마케팅(?)은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덕포식육점 아줌마는 저울을 몰라 고기를 많이 준다”는 소문이 파다해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이듬해인 1980년 5월 8일 덕포식당 간판을 내걸었다. 인근 대한통운의 20여명 직원들이 아침식사와 점심식사를 하러 찾아 오고 저녁에는 리어카로 택배물건을 배달한 뒤 고된 삶을 해소하기 위해 삼겹살에 소주와 막걸리 한잔을 걸치러 들리기 시작했다. 점차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해 혼자 주방일과 서빙을 하기엔 손길이 부족해졌다.

식당 한쪽에 파란 양동이를 놓아 두자 손님들은 자신들이 먹은 고깃값과 술값·밥값을 치르고 돌아갔다. 셀프장사의 원조(?)격인 셈이었다.
 

■ 새로운 식재료·장사법을 배우다

4년여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장사를 하다 보니 “좀 더 세련되게 장사를 해보자”는 욕심이 생겨났다. 때 마침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서울 시누이 남편 소개로 한국관을 찾아갔다.

일본인 부인과 함께 한국관을 운영하는 주인을 만나 강원도 영월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하자 “그런 동네가 다 있냐?”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국관 주인은 정성스레 난생 처음 보는 토마토케첩에 양파·대파 등을 곁들인 겉절이와 돼지고기를 자르는 주방용 칼 사용법 등을 친절하게 알려줬다.

토마토케첩 레시피에다 강릉 친정 어머니에게서 배운 김치와 막장이 대 히트를 치면서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10여년 동안 대박 행진을 이어가면서 당시 1만원권이 귀하던 시절, 500원과 1000원 지폐만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전대(纏帶)가 수북이 쌓여 하루에 3번씩 풀어야 했다. 바쁜 영업으로 은행에 다녀 올 시간도 없어 전대를 풀어 꺼낸 돈은 볏짚으로 만든 쌀가마니에 넣어 식당 한쪽에 보관했다.

최씨는 “가마니에 돈을 넣고 돌 몇개로 꾹 눌러 놓았으니 도둑들도 설마 저 안에 돈이 들어 있는 줄 몰랐을 걸”이라며 웃었다.

당시 강원은행 지점장이 밥을 먹으러 왔다가 가마니돈 얘기를 듣고는 자신이 통장을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에 최 씨는 지점장을 믿고 가마니에 얼마나 돈이 있는 줄 세어 보지도 않고 12개 돈가마니를 그냥 건네 줬다. 이 지점장은 식당을 찾을 때마다 돈가마니가 얼마나 있느냐고 물어 보곤 했다. 강원은행 직원들이 돈을 세느라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렇게 돈을 벌어 식당 맞은 편 땅을 구입해 1990년에는 ‘그린장’이라는 모텔을 지었다.

▲ 100년이 넘는 주목 등 뜰이 아름다운 덕포식당. 지금 이곳을 방문하면 비교적 늦게 피는 라일락과 토종 왕벚나무도 만날 수 있다.
▲ 100년이 넘는 주목 등 뜰이 아름다운 덕포식당. 지금 이곳을 방문하면 비교적 늦게 피는 라일락과 토종 왕벚나무도 만날 수 있다.

■ 집안 복덩이 황두꺼비를 만나다
기상천외한 일도 있었다. 식당을 열고 밤에 주방일을 볼 때 조그만 개구리 한마리가 주변을 어슬렁거리자 먹다 남은 밥을 주었다. 그 개구리는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면서 성장을 거듭해 황두꺼비로 변신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두꺼비 수는 늘어나 여름철 비만 오면 뜰 안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2000년 결혼한 아들 내외에게 식당을 넘겨 주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그린장 주변에도 커다란 황두꺼비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최 씨는 이 복덩이 황두꺼비를 볼 때마다 “두껍아, 두껍아! 나랑 평생 살다가 함께 저승으로 가자”는 말을 하고 있다.

현재 식당과 식육점을 운영하는 아들 진원씨 부부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귀향해 가업을 이어 받았다. 최씨는 손님상에 올릴 김치와 막장 담그는 일에만 관여하고 있다.

지금 덕포식당을 방문하면 비교적 늦게 피는 라일락과 토종 왕벚나무에서 풍겨나는 향긋한 봄 향기 속에서 맛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맛 볼 수 있다. 방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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