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으로 노사문제를 조정하는 노무사
내집마련 위해 고향으로 온 연어형 회귀
노무사는 법 이전에 사람간의 갈등 조정 역할
"노동정책, 노사 모두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야"

오는 18일 최저임금위원회 첫 회의를 앞두고, 벌써부터 노동계와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높다. 소상공인은 동결도 버겁다하고, 노동계는 1만2000원을 요구하고 있다. 매년 최저임금논의가 시작되는 4월이면 대기업의 탄탄한 기업운영과 중소기업들의 성장세를 드러내던 기사들은 쏙 빠지고, 소상공인들과 높은 물가의 어려움을 겪는 임금노동자들의 어려움들만 쏟아진다.

이렇듯 임금뿐만 아니라 복잡하고 정교화 된 노동시장구조에서 고용주와 노동자에게 합리적으로 노사문제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노무사를 만나봤다.
 

▲ 사무실 책상 앞에 텐트를 쳐 놨을 정도로 일과 삶의 하모니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며 강원의 청년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권순일 노무사를 만났다. 유승현
▲ 사무실 책상 앞에 텐트를 쳐 놨을 정도로 일과 삶의 하모니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며 강원의 청년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권순일 노무사를 만났다. 유승현

연어형 회귀. 지난해 강원도 30살 청년들을 취재했을 때 대학 진학 등의 이유로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였다.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었거나, 고향에서 사업을 하게 됐거나로 일자리가 있으면 살만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권순일(41) 진솔 노무법인 대표는 좀 달랐다. 그가 10대를 보낸 원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은 ‘집’이 가장 큰 이유였다.

대학 진학으로 서울에 이사가 계속 서울살이를 하던 중 2016년 노무사 합격과 동시에 강릉 옥계 출신의 배우자와 결혼을 했고, 2019년에 아이가 태어났다. 시끄러운 이웃 때문에 잠을 잘 못자는 100일도 안된 아이를 위해 이사할 집을 알아봤는데 당시 3억5000만원에 12평 빌라 전세를 보여주더란다. 팍팍한 서울 물가에 지치고 있을 쯤 원주 기업도시에 한번 가보라는 고향친구의 권유에 원주를 찾았다. 아이들이 뛰어 놀고, 깨끗한 원주 기업도시의 모습에 첫눈에 반한 그는 딱 한 집을 보고 바로 계약을 했다. 서울로 치면 10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컨디션의 집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집을 구하고 권 대표를 놔주지 않는 회사에 2년 정도 더 다니다가 2021년 10월 원주에 진솔 노무법인을 설립했다. 보통 개업 1년까지는 ‘까먹는’ 시긴데 이전 법인에서 5년간 일하며 생긴 인프라와 노하우 덕에 안정적으로 법인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노무사가 되기 전 법대를 졸업한 권 대표는 졸업 후 엔지니어로 컴퓨터 네트워크 관련회사를 다녔다. 2년 정도 다녔는데 특이한건 사원으로 입사해 사외이사로 퇴사했다. 휴일에도 나가 노무사 시험공부를 했는데 그 모습을 본 대표가 열심히 일하는 사원으로 봤다. 지금도 그 회사 자문을 맡고 있을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요즘처럼 안 좋게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그 회사도 창업 이래 서로를 응원하며 그만두게 된 첫 사례라고 한다. 자신처럼 딴 짓을 하더라도 ‘사무실에 오래 붙어 있기’가 회사생활의 꿀팁이라고 재밌게 말하는 그의 말에서 어떤 일이든 자기가 속한 회사,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삶의 태도가 엿보였다.

 

▲ 딴 짓을 하더라도 ‘사무실에 오래 붙어 있기’가 회사생활의 꿀팁이라고 재밌게 말하는 권순일 노무사의 사무실 한 켠에 설치된 야근용 텐트. 유승현
▲ 딴 짓을 하더라도 ‘사무실에 오래 붙어 있기’가 회사생활의 꿀팁이라고 재밌게 말하는 권순일 노무사의 사무실 한 켠에 설치된 야근용 텐트. 유승현

진솔 노무법인은 100%의 승률을 자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개업한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수임료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모든 사건을 맡기보다 초기상담을 거쳐 의뢰인에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제시해 화해를 이끌어내는 등 문제해결에 초점을 두고 노무사 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순일 노무사는 “노무사는 법 이전에 사람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며 “어느 선에서 조율을 할지 그 선을 잘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직업 철학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래서인지 짧은 시간 자문사가 50여 개가 넘을 정도로 왕성하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무실 책상 앞에 텐트를 쳐 놨을 정도로 일과 삶의 하모니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며 강원의 청년세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권순일 노무사.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에 대한 무게감을 느껴 아직 직원 없이 혼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그는 ‘무탈’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중학생까지 아버지가 육성회장을 하며 학교에 장학금을 기탁할 정도로 유복하게 보냈던 그는 IMF를 겪으며 한 순간에 차상위 계층이 될 정도로 드라마틱한 10대를 보낸 덕에 큰 성공도, 큰 실패도 없는 무탈하고, 무난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 권순일 노무사는 “노무사는 법 이전에 사람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며 “어느 선에서 조율을 할지 그 선을 잘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유승현
▲ 권순일 노무사는 “노무사는 법 이전에 사람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 매우 크다”며 “어느 선에서 조율을 할지 그 선을 잘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유승현

최저임금논의와 윤석열 대통령의 각종 노동정책에 대해 그는 삶의 가치관처럼 큰 평가를 하기 보단, 청년내일채움공제 등과 같은 기존의 근로자지원정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사업주와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지원제도가 잘 안착화 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인상 깊었던 의뢰 사례를 묻는 질문엔 일하다가 쓰러졌는데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한 노동자를 위해 톨게이트 자료까지 샅샅이 수집해 산재 인정을 받게 한 경우와 회사 내에서 불만투성이로 일도 제대로 안하고 자해까지 하며 곤란하게 했던 직원 때문에 힘들어하던 고용주를 위해 해당 문제를 잘 정리했던 일 등 무수한 사례들이 쏟아졌다. 기자와 인터뷰하는 내내 업무 전화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일에 열심이다.

강원살이의 매력을 묻자, 사람, 환경, 경제적인 부분에서 좋다고 했다. 특히 원주 기업도시 같은 경우 서울과 비교해 생활적 인프라가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와 함께 가볼만한 체험 공간, 볼거리 등이 많다며 만족해 했다. 취미는 사무실에 있기, 애보기 라고 말하는 그는 아이가 주는 행복감에 취미가 없는 게 고민이라고 했다.

사건을 이기고 의뢰인의 안타까운 사정에 성공보수를 받지 못하기도 하는 권순일 노무사. 그의 ‘무탈’한 오늘을 응원한다. 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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