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약사천 시화전 일부 작품
‘정치색’ 민원에 논의없이 회수
해당 동장 “권리 동에 있다 판단”
지역 문학계 “폭력적 탄압” 반발

▲ 지난 달 춘천 약사천 시화전에서 철거된 정지민 씨의 시.
▲ 지난 달 춘천 약사천 시화전에서 철거된 정지민 씨의 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춘천 약사천에 설치된 시 한 편이 철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춘천민예총문학협회는 지난 달 진행한 시화전의 일부 작품이 철거된 것에 대해 17일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 사과와 원상 복구를 요구했다.

춘천민예총문학협회는 지난달 초 ‘시가 흐르는 효자동 약사천에서 힐링하세요’라는 주제로 시화전을 열고 시인 30명의 시를 게시했다. 효자1동 주민자치회와 계약을 맺고 공동 주최한 사업이다. 하지만 게시된 작품 중 시 1편이 정치색을 띠고 있다는 민원이 발생하자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는 지난 달 중순 효자1동 주민자치회나 협회와의 사전 논의 없이 작품을 회수했다.

철거된 시 ‘후작부인’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퐁파드르 후작부인은 베겟머리파였네/폭탄주에 취한 귀족들만 몰랐던 거지/용산의 베겟머리파 그녀/우아한 흰색 원피스 입고/오늘도 뉴스에 나오시네(이하생략)” 등 김건희 여사를 빗대고 있다는 평가다.

▲ 춘천민예총 문학협회는 17일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 약사천에 철거된 시의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 춘천민예총 문학협회는 17일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 약사천에 철거된 시의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춘천민예총문학협회는 시를 게재한 문학단체와 시인과의 상의 없이 시를 철거했다는 이유로 즉각 반발했다. 협회는 효자1동 행정복지센터에 해당 작품의 원상 복구와 사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전달하고 면담을 가졌으나 별다른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권택삼 춘천민예총문학협회 회장은 “동의 없이 작품을 철거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배한 것이고 예술에 대한 폭력적 탄압이다. 최소한의 상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철한 효자1동장은 “해당 작품이 정치색을 강하게 띤다는 민원과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며 “약사천 전시작품의 경우, 이용권이 행정복지센터에 있다고 판단해 철거했다”고 반박했다. 작품 원상복구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 후 결정할 방침이다.

지역 문학계에서는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 시인은 자신의 SNS에 “문화도시 춘천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지경”이라고 썼다. 해당 시를 쓴 정지민 시인은 “김건희 여사를 풍자한 시는 맞다”면서도 “소리 소문 없이 작품이 없어져 매우 황당했고, 현대판 코미디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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