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장내과 교수
김재석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신장내과 교수

콩팥(신장)은 소리 없는 침묵의 장기이다. 우리 몸에서 장기의 침묵은 병이 들었을 때에도 좀처럼 통증이 없다는 얘기이니, 일견 좋아 보이는 듯하나 실상은 병이 들어도 그 심각함을 알지 못하게 되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도 한다.

소변 검사는 그러한 침묵의 장기인 콩팥의 내면을 볼 수 있는 매우 좋은 검사이다. 혈뇨는 소변에 피가 섞이는 증상이다. 선홍색의 소변 또는 소변 내 피가 엉기는 소견은 요로결석이나 비뇨기 종양의 가능성을 나타내므로 즉시 비뇨의학과 진료를 볼 필요가 있다. 눈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검사에서 혈뇨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비뇨기 질환 이외에도 신장염 또는 사구체신염이라 불리는 콩팥 질환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장내과 진료를 받아보아야 한다.

단백뇨는 콩팥이 우리 몸의 혈액을 거르는 과정에서 소변으로 소중한 영양분인 단백질이 새어 나오는 소견이다. 따라서 단백뇨는 콩팥의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뜻하고, 단백뇨 양이 많을수록 콩팥에 손상이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단백뇨는 흔히 소변 거품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소변 거품이 많고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면 단백뇨를 의심하고 소변 검사를 확인하는 것도 좋겠다.

만성신장염(또는 사구체신염)은 이러한 혈뇨와 단백뇨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이 병은 우리 몸의 면역이상으로 콩팥에 미세한 염증이 지속되고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우리 자신도 모르게 콩팥을 망가뜨리곤 한다. 종종 젊은 환자가 수년 전부터 혈뇨와 단백뇨 소견이 있음에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다가, 콩팥이 다 망가져서야 진단을 받고 투석치료를 권고 받는 안타까운 일들이 있다. 사실 그 순간까지도 환자 본인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가 검사 소견만을 가지고 설명하는 것을 좀처럼 믿지 못하기도 한다.

콩팥은 한 번 기능이 감소한 이후에는 좀처럼 회복시킬 수 있는 약이 없다. 따라서 늦기 전 적절한 관리를 통해 콩팥 기능의 상실을 최대한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콩팥이 병든 것을 빨리 알아채는 게 중요하다.

신장의 이상을 알아채지 못하고 건강을 과시하며 잘못된 건강습관을 지속하는 경우 젊은 나이에 건강한 신장을 잃게 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소변 검사를 통해서 말이 없는 콩팥의 마음을 알아챌 수 있다. 혈뇨와 단백뇨를 통해 콩팥의 변심을 미리 알아채고 콩팥이 우리에게서 돌아서기 전에 화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일생동안 건강한 콩팥과 함께 지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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