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 양구의 숲
12만포기 튤립 함께 산책하는 시간
양구8경 중 제1경 사색하는 시간

양구수목원은 대암산 자락 해발 450m 지점에서 1000종이 넘는 초목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봄이면 옹기종기 모여앉은 튤립 꽃들이 지나는 방문객에게 손짓하는 곳이다. 한반도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수목원으로 북방계 향토수목 유전자원의 수집·증식·보존·관리·전시·연구·교육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두타연은 북에서 발원해 남으로 흐르는 수입천의 물이 몸을 뒤척이며 천혜의 비경을 만들어낸 뜻밖의 장소다. 50여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고 현재도 제한적으로 입장이 가능해 민통선 안쪽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두타연은 금강산 가는 길의 길목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두타연 인근까지 이어진 국도 31호선은 금강산 장안사로 향한다. 긴장감과 평화로움이 뒤섞인채 시간도 달리 흐르면서 옛날 ‘금강산 가던 길’의 모습이 남아있다. 청춘 양구의 특별한 숲이 더욱 푸르러지고 있다.

▲ 양구 수목원
▲ 양구 수목원

■ 사랑의 양구수목원

지역의 핫플레이스 양구수목원(사진 아래)의 봄날, 박진감 넘치는 썰매를 타고 형형색색의 튤립을 볼 수 있다.

‘제3회 수목원과 함께하는 튤립여행’ 행사가 양구수목원에서 오는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수목원 곳곳에서 12만여포기의 튤립이 만개해 상춘객을 맞이하고 있다. 튤립여행 주말행사로 오후 2시~ 4시에 길거리마술(버스킹)이 진행되고, 오후 1시~ 5시에는 핸드페인팅과 버블체험이 마련된다. 키다리 피에로 ‘풍선 이벤트’도 열린다. 튤립여행 기간이 지나도 ‘사랑의 꽃’ 튤립은 5월 중순까지 피어서 봄나들이객을 반긴다.

분재원에는 소나무·단풍나무·매실나무·소사나무 등의 우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분재가 전시돼 있다. 분재원 부근의 ‘사계절 썰매체험장’은 지난 20일 정식 개장했다. 3라인, 길이 78m, 너비 6m 규모다. 구비된 튜브형 썰매를 타고 활강하다 보면 ‘신나는 비명’이 절로 나온다.

최근 대대적 보수작업을 거쳐 업그레이드 된 과학놀이체험장은 피크닉광장 부근에 있다. 또 DMZ야생동물생태관, DMZ야생화분재원, 목재문화체험장, 유아숲체험원 등 즐길거리가 넘친다. 수목원을 순환하는 레일열차는 올해 연내에 착공 후 2024년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수목원 주차장 인근에서 출발해 피크닉광장, 야생화정원, 분재원을 순환하는 약 1.8㎞ 길이의 레일이 놓인다. 누구나 수목원의 자연을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양구 대암산 자락에 자리잡은 수목원을 제대로 즐기는 첫번째 방법은 숲속의 산책로를 조용히 걸으면서 자연의 숨소리를 듣는 것이다.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면 ‘숲해설가’의 안내를 받아보는 것도 좋다.

▲ 양구 두타연
▲ 양구 두타연

■ 자비로운 두타연

4월의 끝자락, 부처님 오신 날(5월 27일)이 머지 않았다. 보현보살, 관세음보살, 문수보살이 계시는 두타연 일대는 생동감이 넘친다.

설화에 따르면 조선시대 스님인 회정선사는 기도 뒤에 꾼 꿈에서 어느 부인이 알려준 대로 방산면 해명곡(海明谷)에서 관음진신을 친견하려고 했다. 신선들만 살고 있어 인적이 드물다는 ‘해명곡’은 두타연 부근의 계곡으로 추정되고 있다.

회정은 ‘몰골옹’이라는 인물의 집에서 하룻밤을 잔 후 첩첩산중에 도착해 ‘해명방’의 딸인 ‘보덕각시’와 인연을 맺었다. 해명방은 회정에게 보덕각시와 부부의 연을 맺도록 한다. 회정은 보덕각시와 부부로 살며 숯장수로 3년 넘게 생활했지만 관세음보살 현신을 볼 수가 없어, 부녀에게 이별을 고하고 몰골옹을 찾아가 그간의 사연을 얘기한다. 그러자 몰골옹은 “해명방이 보현보살, 보덕이 관세음보살”이라고 알려준다. 떠나온 집으로 달려갔지만 해명방·보덕각시와 함께 살던 집이 보이지 않고, 몰골옹의 집으로 돌아오니 그의 집도 흔적조차 없었다. 몰골옹은 문수보살의 화신이었다. 신라시대 승려인 보덕대사의 후신인 회정은 이후 보덕굴에서 관세음보살을 다시 보기 위해 기도했다. 두타연 보덕굴은 보덕대사의 굴이자 보덕각시의 굴이다.

두타연은 양구8경 중 제1경이다. 4월 양구 두타연에서 생동하는 봄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숲의 평화로움과 함께 최전방 전선의 긴장감도 선명하다. 사전 예약과 현장접수가 모두 가능하지만 인원 제한이 있다. 하루에 평일 450명, 주말 900명이 생태탐방로를 1시간 정도 걸을 수 있다. 탐방코스는 두타연주차장~생태탐방로~두타연주차장이다. 생태탐방로는 두타정~조각공원~두타사 옛터~징검다리~출렁다리~두타연 폭포로 구성돼 있다.

평일에는 150명씩 3회, 주말에는 300명씩 3회 출입 가능하다. 이 가운데 당일 접수를 통해 평일 50명씩, 주말 100명씩 3회에 걸쳐 출입할 수 있다.

이동명 ldm@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