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입을 닫고 잠자는
흙을 갈아엎고 다독이니
손주 녀석 볼살이다
심은 대로 색깔 인정해주고
크고 작음에 고루하고
많고 적음에 질투하지 아니하고
구름 몰고 와 비 뿌리고
바람불러와 파릇하게 키운다
흙은 1모작
내 인생 3모작
탓하지 않고 받아주니
싱그러워진다
흙의 가슴에 심은 나무
커 갈 때마다 나도 깊어지고
내 몸에서 나무소리가 난다
때로는 불속에 들어가
옹기가 되어 담을 줄도 알고
비울 줄도 아는 흙
흙을 경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