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및 예맥역사문화권 발전에 제대로 시동걸길

특별자치를 맞아 다양한 여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성장 일변도의 개발지상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강원의 특성과 고유성을 살려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를 만들려면 ‘강원의 성격’ 그 자체를 파악하는 데 우선 매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 기반에 역사문화유산과 예술활동이 있음은 당연합니다. 역사문화예술 진흥은 강원특별자치도 정체성 확립에 주요 과제인데도 출범을 전후해 이와 관련된 진지하고 심층적인 토론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주역인 도민 간 지역 기반의 공동체라는 유대감을 갖기 위해서도 역사문화성 탐구와 활용은 주요 사안입니다. 법적으로도 향토문화 보존과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등 관련 사항이 의무로 명시돼 있습니다. 이처럼 법적으로 강원역사문화는 특별자치의 중대 요소로 존재감이 부여됐지만, 실상 관련 기구와 전문인력은 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표 사례가 ‘역사문화권 정비특별법’에 의한 문화재청 사업입니다. 도내 고고·역사학계에서 강원지역은 고대문화의 한 축인 ‘예맥’이라는 단일문화권 형성이 가능하지만, 이와 관련된 비전도 없고 구체적인 문화행정 의지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합니다. 타시도는 몇년 전부터 고대문화 역사정체성 강화와 콘텐츠 발굴을 목적으로 경쟁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데 비하면 도는 손 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정치권 노력으로 뒤늦게 ‘강원의 예맥역사문화권’이 관련법에 추가됐는데도, 늦은 만큼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도에서는 아직도 실질적인 사업추진체조차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미온적입니다.

또한 국립세계문화유산진흥원 건립 타당성 조사 추진 등 문화유산 관리도 타지역은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더 많이 보유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추진하는 타시도에 비하면 강원은 너무 조용하다는 지적입니다. 부족한 문화인프라에 국제적 문화경쟁력에 대한 관심조차 낮다면 ‘글로벌도시’는 허언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제주가 특별자치도로 출범한 뒤 가장 열정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바로 ‘세계유산 만들기’입니다. 제주도민 스스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를 철회한 뒤에 본격적으로 세계유산화에 나선 결과 국제도시로 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4차산업과 연계가 충분한 역사문화유산사업에 제대로 시동을 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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