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주현 정선주재 국장
▲ 유주현 정선주재 국장
당나라 시대 때 이정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돌궐족을 격퇴한 인물이다. 돌궐 족장 힐리합한은 철산으로 후퇴한 후 사자를 보내 당에 죄를 청하고 항복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는데, 조정에서는 이정을 보내어 그를 맞게 했다.

힐리합한은 비록 겉으로는 항복하는 것 같았지만 내심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일찌감치 그의 심리를 꿰뚫어 본 이정은 측근과 상의해 돌궐족에 대해 더 이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놓고선 뒤에선 수만의 기병과 군량미를 준비했다.

이정이 이끄는 군대가 힐리합한의 군영 7리 밖에 접근했을 때 비로소 힐리합한은 그들을 발견하고 황망하게 군대를 정비했지만 미처 대오를 가다듬을 사이도 없이 이정의 기병들이 쏜살같이 밀어붙였다. 당나라 군의 대승이었다.

돌궐군이 패배를 인정하고 화평을 요구하며 경계를 늦추고 있을 때 이정은 승세를 몰아 기습을 감행해 당대 역사상 최대의 전과를 거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정판교의 ‘바보경’에 나온다. 처세에 있어서도 물살의 흐름에 따라 배를 미는 전략이 흔히 운용된다. 이를 ‘순수추주(順水推舟)’라고 한다. 배가 물속에서 나아갈 때 물길을 따라가면 힘차게 진행해 순조롭게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이야기는 바로 현실에 대한 인식과 이를 통한 처세, 해내고야 말겠다는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부가 탄소중립을 위한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회용품의 무분별한 사용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해 인류의 생존을 크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마다 정부의 시책에 맞춰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일회용품 규제 강화에 따른 자구 노력들을 강구하고 있다.

가장 눈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지역 축제나 행사에서 일회용품 사용 대신 다회용기를 활용하려는 지자체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설거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거지 부담을 덜어준다면 다회용기 사용이 일반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춘천의 마임축제 푸드코트에서는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도입해 쓰레기를 줄였고, 강릉커피축제는 커피를 판매할 때 개인 텀블러를 가져오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지난 2~6일 전북 무주군 무주읍 지남공원 일대에서 열린 무주산골 영화제 때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사용해 축제를 개최했다. 다회용기를 활용하면서 하루 10t가량 나오던 쓰레기가 하루 5t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는 지역 언론보도다.

정선군도 올해 축제 때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회용기 사용을 추진했다. 군은 지난 4월 북평면 일원에서 오감만족 힐링 음식여행인 ‘정선 토속음식 축제’를 개최했는데, 당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다회용기를 활용해 쓰레기를 크게 줄이며 친환경축제의 새 지평을 활짝 열었다.

올해 9월 14~17일까지 나흘간 정선공설운동장 일원에서 열리는 제48회 정선아리랑제 때도 다회용기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선군은 더 나아가 대규모 축제나 각종 읍면 행사 때마다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 활용을 위해 경기 고양시의 다회용기 세척공장을 벤치마킹해 다회용기 공급과 세척, 다시 공급으로 이어지는 공공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어차피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한다면 축제나 행사 때마다 다회용기를 공급·세척하고,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원(one)-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최승준 군수의 구상이다. 행사 전반을 친환경 행사로 기획하고 실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탄소중립을 통한 후손들의 생존을 위해 조그마한 것부터 실천하고자 하는 정선군의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배가 물길을 따라가면 힘차게 진행할 수 있듯이, 탄소중립이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거센 물살이라면 정선군에서 개최하는 축제와 행사들이 다회용기 활용을 통해 ‘친환경’ 축제·행사로 더욱 성장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