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 숭모문집 ‘척야산의 메아리’
홍천 출신 이근구 시조시인이 엮어
조병화·이태극·이영춘 작품 수록

▲ 김창묵(왼쪽) 선생과 이근구 시조시인.
▲ 김창묵(왼쪽) 선생과 이근구 시조시인.
홍천 내촌 동창마을에 위치한 척야산. 100년도 넘은 슬픔을 간직한 채, 매년 꽃이 피고 진다. 동학혁명에 가담하고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김덕원(1876∼1928) 의사가 민족혼을 불태우고 슬픔을 달랬던 곳이다.

양반 출신이자 천도교도였던 김덕원 의사는 19세 때 홍천 자작고개 전투에 참여했으며 마방(馬房)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동창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춘천 출신 가수 김추자가 김덕원 의사의 손녀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여기서 다시 시작된다. 지난 30여년간 김덕원 의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재산을 털어 척야산을 꽃밭으로 일군 102세 어르신이 있다. 1922년 홍천 서석 수하리에서 태어나 서울 남대문시장 최고의 사업가가 된 후 동창만세운동기념사업을 펼쳐 온 남강 김창묵 선생이다.

최근 선생의 102세 생일을 맞아 동향 출신 이근구 시조시인이 특별한 책을 만들어 선물했다. 남강 숭모문집 ‘척야산의 메아리’다. 고 조병화 시인과 이태극 시조시인을 비롯해 김남조, 이영춘, 김후란 시인 등 국내 주요 문인들의 작품이 실려있다. 강원지역 문인들도 시·시조·수필로 김창묵 선생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 척야산문화수목원의 주요 글씨를 쓴 황재국 서예가의 작품도 포함됐다. 이근구 시조시인은 남강 선생과의 인연을 담은 70편의 시와 16편의 디카 시조를 이 책에 실었다.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던 ‘말 없는 실천가’에 대한 애정 어린 편지로도 읽힌다. 이근구 시조시인은 시조 ‘척야산 등대’에서 “나 언제 나를 헐어 남을 위해 애써 봤나/겸손과 침묵 자비 모두 받친 외론 행보/꽃 산의 거룩한 손길 겨레 밝힌 저 등대”라고 썼다.

홍천 출신 석도익 소설가는 김창묵 선생에 대해 “지금 세상 어느 누가 돈 벌었다고 자기가 태어난 고향이라고 전 재산을 털어서 한 품의 수입도 없는 사업을 하겠는가. 남강 선생은 이곳에 위대한 역사를 조명하고 휴식공간을 만들어 후세에 길이 보존될 가치를 높여준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근구 시조시인은 “인연이란 참 묘한 것이다. 남강 선생과 나는 30년 전 우연히 만났다”며 “선생은 겸손과 묵언으로 미래의 국민의식을 나라사랑에 모으고자 선구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김창묵 선생은 서시 ‘청산이 나를 불러’를 통해 “내 이제 한 세기를/후세 위해 사는 여정/척야는 나의 전부/민족정기 한 마당/먼 훗날/융성한 조국/꿈이요 희망이다”라고 했다. 척야산의 역사는 지금도 사람을 품고 흐른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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