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응석 연세대 글로벌엘리트학부 교수
박응석 연세대 글로벌엘리트학부 교수

지난 7일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암컷 새끼 2마리를 낳아 판다 푸바오에게 쌍둥이 여동생이 생겼다. 최근 한국에서 판다 가족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중국 매체들도 큰 관심을 보이며 중국 대사관과 중국 외교부 브리핑 소식을 담은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사육사들의 노력에 감사의 뜻을 밝히고 있다.

아쉽게도 푸바오는 워싱턴 조약에 따라 만 4세가 되는 내년이면 짝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갈 예정이다. 중국 반환 협상이 다음 달부터 본격 시작된다고 보도되면서 푸바오를 보기 위해 최근 에버랜드 ‘판다 월드’를 찾는 입장객이 5월 초 대비 약 2배 증가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2021년 7월 푸바오의 첫 생일을 맞아 출간한 포토 에세이 ‘아기 판다 푸바오’도 최근 두 달간 1만 5000부 이상 팔리며 인기 역주행 중이다.

사람들의 푸바오에 대한 애정은 ‘용인 푸씨’, ‘푸 공주’ 등 그 애칭에도 잘 드러난다. 물론 왜 한국에서 ‘중국의 판다’를 사육하는 데 많은 돈을 쓰냐는 부정적 여론도 일부 존재한다. 동일한 대상을 두고 ‘용인’이나 ‘중국’이라는 각기 다른 라벨을 붙인 것이다. 푸바오에서 서로 다른 것을 보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대상을 부르는 애칭이나 별칭이 다양하다면 사람들이 그에게서 느끼는 것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그건 결국 대상을 다면적이고 깊게 이해하게 한다.

푸바오()는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뜻이다. 푸바오의 아빠와 엄마는 이름이 ‘웬신’과 ‘화니’였으나 2016년 한국에 오면서 ‘기쁨을 주는 보물’과 ‘사랑스러운 보물’이라는 뜻의 ‘러바오’와 ‘아이바오’로 개명했었다. 2008년부터 시리즈 모두 흥행에 성공한 애니메이션 ‘쿵푸팬더’의 주인공 이름도 바오의 다른 발음 ‘포’인데 판다가 확실히 보물처럼 귀한 동물인가보다.

보물과 외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진나라의 정치가 ‘이사’가 ‘진시황’에게 쓴 상소문 ‘간축객서’(諫逐客書)가 떠오른다. 외지인 출신 관리들을 모두 진나라 밖으로 추방하자는 ‘축객령(逐客令)’으로 위기에 처한 이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기에 그 거대함을 이룰 수 있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그처럼 깊어질 수 있고, 왕은 백성들을 물리치지 않기에 그 덕을 밝힐 수 있습니다.”

좋은 것이라면 취하는 것이 맞다. 특히 외교에서 하나에 집중하느라 명백히 존재하는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하는 ‘무주의 맹시’는 위험하다.

지난 5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2019년과 비교했을 때 28%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도 2019년 5월 대비 22%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19년 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600만명이 넘어서 전체 외국인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 1위였다. 한중관계 경색이 가져올 피해가 우려된다. 싫어할 것은 싫어하고 좋아할 것은 좋아하면 된다. 그래도 며칠 전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만난 그룹 세븐틴의 콘서트를 보러 오던 중국 팬들과 오늘 카페 가는 길에 본 탕후루를 들고 웃는 한국 학생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그것이 매우 사소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연결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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