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선 변호사
정원선 변호사

전세사기가 기승이다. 기사에는 피해 규모가 수백억원, 수천억원에 달하는 전세사기단들의 검거 소식 역시도 봇물 터지듯 하고, 최근 수사기관은 전세 사기 피의자들에게 단순 사기죄만이 아닌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까지 적용하였다고 한다.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2023년 6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어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나서고 있다.

다만 위와 같은 기사를 볼 때마다 전세사기단들이 검거된다고 해서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닐 테고, 전세사기특별법 역시 현재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들이 수정·보완 된다고 해서 엄청난 규모의 피해자들을 구제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또한 그 피해 규모를 보았을 때 사후 대책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법에만 기대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보면 검찰과 사법부에서 엄벌주의를 강조하면서 양형기준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세 사기의 경우도 최근 수도권에서 새로운 형태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여 더욱 큰 주의를 요하고 있다.

임차인은 임대인과 전세계약(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여 본인보다 우선하는 근저당권 등의 등기가 없음을 확인하고, 선순위대항력과 확정일자를 모두 갖추었다. 그러나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 임대인이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자 임차인은 보증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집행권원으로 하여 집을 경매에 넘긴 후, 이를 낙찰받음으로써 보증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임대인인 집주인 명의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의 ‘가등기’가 설정되어 있었고, 이 가등기로 인해 임차인은 경매에서 낙찰 받더라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순위 전세권 등기 실행의 경매와는 달리 선순위 임차인의 강제경매의 경우 후순위 등기가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인 경우에는 말소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가등기’가 되어 있다고 하여 모두 ‘전세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임차인 입장에서 불측의 손해를 피하기 어려운 것은 유사할 것이다.

임차인 입장에서 가등기가 설정되어 있어 집을 낙찰받을 수도 없고 보증금을 보전받을 수도 없을 때 어떤 방법으로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해행위 취소소송이다. 임대인과 가등기권자가 가등기를 설정함으로써 임대인에 대하여 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고 있는 임차인을 해하고 있으니 이를 취소해 달라는 것이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채권자가 사해행위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사해행위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라는 소제기 기간의 제한이 있다. 그리고 임차인은 ‘임대인이 임차인을 해하려고 하는 의사가 있었는지(사해의사)’를 입증해야 하고, 가등기권자는 임대인의 이러한 사해의사를 몰랐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러한 사후약방문식의 대처 방식보다는 미리 내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면 ‘전세권설정 등기’이다. 지금까지는 ‘점유, 전입신고, 확정일자’라는 일련의 절차가 보다 확실하게 나의 권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어왔는데 ‘가등기’ 설정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세권설정등기는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순위보전의 효력이 있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경우 집주인의 동의나 민사소송이라는 절차없이 임의경매를 실행할 수 있다. ‘가등기설정’이라는 전세사기의 태양에서 가장 안전하게 나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든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일명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의 주범에게 10년 형을 선고했다. 주범은 선고를 듣고 혼절하고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는 기사를 보았다. 피해자들은 삶의 전 재산을 잃고 길바닥으로 내몰려 있으면서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숨을 쉴 여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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