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신인문학상 등단 작가
서경희·소향 작가 신간 출간
문학상·공모전 수상 영예도
부음 소재로 현실 부조리 묘사
무인 문구점 설정 속 따뜻함도
올해 신인공모작 18일까지 접수

김유정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서경희 작가.

‘신인 작가’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오늘도 문학상 공모 일정을 확인하고 쓰고 또 쓴다. 문학상 공모전을 진행하다 보면 등기 우편봉투에 적힌 주소가 얼굴도 모르는 글쓴이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강원도민일보와 김유정문학촌은 올해 김유정 신인문학상 공모작을 오는 18일까지 접수하고 있다. 작품을 보내는 이들의 주소는 바다 건너 미국부터 서울의 어느 고시텔까지 장소도 다양하다. 꼼꼼한 포장부터 털털한 글씨체까지, 원고를 묶어 보내는 형식 또한 각양각색이다. 각자의 사정은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들은 지금도 출발선에 서기 위해 부단히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유정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작가들이 잇따라 신작을 발표하며 빛을 보고 있다. 2015년 단편소설 ‘미루나무 등대’로 등단한 서경희 작가는 최근 출간한 ‘김 대리가 죽었대’로 상금 3000만원 상당의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2022년 동화 ‘또 정다운’으로 등단한 소향 작가는 첫 장편소설 ‘화원귀 문구’를 펴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진 스토리작가 공모전 당선작이다. 두 작가의 작품은 이별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 김 대리가 죽었대-서경희

소설의 첫 문장도 제목과 같은 “김 대리가 죽었대!”다. 이슈가 이슈를 덮는, 가짜 뉴스로 대표되는 소문의 시대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홍보팀의 간판 스타 ‘김 대리’의 갑작스러운 부고가 단체대화창으로 전해지자 팀원들은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전작 ‘수박 맛 좋아’, ‘복도식 아파트’를 통해 입증된 서경희의 능청스러우면서 돌발적인 문장은 블랙코미디 스타일의 충격적인 압도감을 선사한다. 휘몰아치는 후반부 장면들은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듯 현실적이고 씁쓸하다.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애도는 보이지 않는다. 오직 “왜 죽었대?”라는 가십성 추측만 난무한다. 부의금으로 “안 친한 사람은 삼만원, 친한 사람은 오만 원, 엄청 친한 사람은 십만 원이야”라는 발언은 차라리 낫다. 김 대리를 시기하던 선배는 “삼만 원도 많아요”라고 할 정도다. 김 대리는 회사 임원부터 청소 아주머니까지 좋아했던 ‘완벽한 직원’이었다. 직장은 소문으로 사람을 따돌리고, 겉과 속이 다른 모습으로 사람을 대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부조리는 이 소설을 가볍지 않게 대할 수 없는 이유다.

서경희 작가는 “나는 작가가 되기까지의 시간이 유달리 더뎠다. 8년의 습작기를 거쳐 등단했고 장편 당선까지 다시 8년이 걸렸다. 한 순간도 열심히 쓰지 않은 적이 없다. 내게 재능이 있다면 꾸준한 것, 그것뿐”이라고 했다.

김유정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소향 작가.
김유정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소향 작가.

■ 화원귀 문구-소향

157년 전 죽은 조선시대 화원이 현세에 나타나 무인 문구점에서 일하게 된다는 재치 있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의대 진학을 위해 학업에 몰두하는 고등학생 ‘표단비’는 아버지의 해외 출장 일정으로 덜컥 무인 문구점을 도맡아 운영하게 됐다. 그런데 이곳에 현세의 기억을 잃어버린 도화서 화원 ‘허현’이 나타난다. 허현은 100일 안에 기억을 되찾아 그림을 완성해야만 한을 풀 수 있다.

엄마를 마음으로 떠나보내지 못한 단비와 사랑하는 이를 두고 떠나온 현은 서로에게 이별의 태도를 배운다. 단비는 이별로 슬퍼할 일이 없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으려 애쓰고, 현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아 이별을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어떤 이별은 “모른 척하기”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 기억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아픔이 지워질 때 비로소 함께 지워지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입시 경쟁에 매몰된 현실에 대한 비판과 함께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따뜻한 조언도 인상적이다. 일부 내용은 조선시대 붓으로 자신의 눈을 찌른 화가 ‘최북’의 이야기를 연상하게 만든다.

춘천교대를 졸업한 소향 작가는 “누구나 예외 없이 겪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면 어떻게 그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어쩌면 나에게 스스로 놓는 예방주사였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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