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밤 중에도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초열대야’ 현상으로 잠못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밤 경포해변 백사장에서 시민·피서객들이 바닷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이연제
▲ 한 밤 중에도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초열대야’ 현상으로 잠못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밤 경포해변 백사장에서 시민·피서객들이 바닷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이연제

강릉이 연일 밤낮으로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곳으로 전해지자 지역사회에서 도심 관측소 위치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강원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강릉의 밤 사이 최저기온은 30.7도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3일 낮 최고 기온도 38.4도로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기록됐다. 1911년 강릉 기상 관측 이후 역대 두번째 더운 날 이라는 등 찜통 더위가 가장 심한 곳 이라는 뉴스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현재 강릉으로 발표되는 기온 관측 자료는 옛 기상청이 있던 도심 용강동 관측소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현재 기상청이 자리잡고 있는 북강릉관측소와 바닷가 강문 관측소의 기온 값은 도심과 큰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강릉의 낮 최고 기온이 38.4도를 기록한 지난 3일 북강릉은 35.6도, 강문은 36.9도에 그쳤다. 4일 낮 최고도 도심 용강동은 37.1도를 기록했으나 북강릉은 34.5도, 강문은 35.2도에 머물렀다.

밤 기온은 더 큰 차이를 보인다. 3일의 경우 도심 용강동 관측소는 밤 최저기온이 30.5도를 가리켰으나 북강릉은 28.2도, 강문은 27.7도에 불과했다. 4일에도 도심은 최저기온이 30.7도였으나 북강릉과 강문은 26.8도로 열대야 기준인 25도를 약간 상회했다.

▲ ‘7말8초’ 여름휴가 피크인 4일 강릉해변에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이진규
▲ ‘7말8초’ 여름휴가 피크인 4일 강릉해변에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이진규

관측소가 바닷가 언덕에 있는 인근 동해시와 비교하면 기온차가 더 확연해진다. 동해시는 3일 낮 최고가 35.7도, 4일은 34.9도였다. 밤 사이 최저기온도 동해시는 3일 26도, 4일에는 25.6도에 그쳤다. 경계를 맞댄 동해안 이웃 도시인데도 밤 최저기온 차이가 심하게는 5도 이상 벌어지는 것이다. 산간 계곡인 대관령의 경우는 같은 강릉이지만 가마솥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이번 여름들어 아직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서늘하다.

이에 대해 지역관광·음식업계 등은 “관측소 위치에 따라 기온차가 너무 크다”며 “차량과 건물, 복사열 등의 열기가 더해지는 도심 관측소를 기준으로 강릉의 기온이 발표되다 보니 강릉이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인식돼 피서 기피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강원기상청 관계자는 “관측소 별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심 용강동 관측소의 경우 이미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주민 생활권의 밀착형 관측 정보를 제공,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측면이 있다”며 “기상청에서는 강릉과 북강릉의 관측 값을 항상 같이 발표하지만, 더 높은 기온만 주목을 받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강릉은 지난 2008년 기상청을 북강릉 과학산업단지로 이전할 때 용강동 옛 기상청 자리 관측소도 옮기는 논의를 했으나 100년 이상 축적된 기상 데이터 분석과 생활권의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해 도심 관측소 운영이 그대로 존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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