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향해 ‘끔찍했다’ ‘악몽이다’ ‘나라 망신이다’라는 악평이 난무하고 있다. 32년 전인 1991년에 비해 청소년 참가인원은 3배 가까이 늘었지만,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시설과 운영 전반이 미비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지경이다. 경제규모와 K-문화로 선망의 대상이 된 한국 수준을 의심하는 비난이 국내외에서 쏟아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더욱이 조직위원장 5명 중 3명이 중앙부처 장관인데도 극히 부실한 준비와 책임, 대응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다.

‘잼버리’가 연일 화제에 오르면서 30여년 전의 고성잼버리가 덩달아 소환됐다. MBC강원영동의 고성세계잼버리 유튜브 영상은 20만회 조회를 넘겼다. 제17회 세계잼버리는 1991년 8월 8~15일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에서 열렸다. 1983년 한국 개최를 처음 표명한 지 9년째 되던 해 열린 것이다. 대회 주제는 ‘세계는 하나’였다. 133개국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 운영요원을 포함해 1만9000여명이 어우러졌다. 미수교국 이집트, 모나코 등 11개국과 스카우트연맹 비회원국 19개국에서 함께했다. 특히 1986년 발생한 최악의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고지역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청소년 104명이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당시 강원인구는 159만명이었다. 개최지 행정구역은 고성군이었으나, 선전탑과 홍보물에는 ‘설악산 신평벌’로 소개됐다. 휘장 윤곽은 부채의 선에서 땄으며, 안에 설악산과 웃는 모양의 1991을 그려 넣었다. 개영식 이튿날인 8월 9일부터 11일까지 내리 비가 내려 과정활동 참가자는 적었다. 나머지 3일간은 화창해 야영장 산림과 송지호, 해수욕장에 대원들과 구경꾼이 몰렸다. 2㎞ 구간 장애물을 통과하는 챌린지밸리와 오토바이 운전, 비포장 노선의 자전거 모험, 암벽등반은 더 인기를 끌었다.

다음달 22일 잼버리가 열린 고성군 토성면에서 강원세계산림엑스포가 개막해 한달간 열린다. ‘세계’ ‘국제’라는 거창한 행사일수록 걸맞게 사전 준비가 철저하고 전문성의 손길이 돋보이는 내실있는 운영이 필수다. 행사장 현장이 완벽해야 하는 것은 물론 개최로 인한 지역사회 및 유관 산업 발전, 산림정책 파급효과가 뚜렷해야 일회성 내지 낭비성 이벤트라는 악평을 피할 수 있다. 책상머리 보고가 아닌 현장성과 전문성에 답이 있음을 이번 잼버리 사태가 새삼 일깨우고 있다.

박미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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