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무산스님 학술 세미나
신흥사·백담사 중창 등 재평가
복지재단 설립 지역사회 협력
선의 미학으로 시조 부흥 힘써
유심작품상·만해대상 시상식도

▲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10일 인제 만해마을 문인의 집 강당에서 만해축전의 일환으로 ‘설악무산의 삶과 생각, 그 깊이와 넓이’ 세미나를 열었다.
▲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10일 인제 만해마을 문인의 집 강당에서 만해축전의 일환으로 ‘설악무산의 삶과 생각, 그 깊이와 넓이’ 세미나를 열었다.

신흥사 조실·백담사 주지 등으로 활동했던 설악당 무산대종사는 속초와 인제 지역에서 ‘존경할 동네 어른’으로 기억된다. 스님은 특히 백담사가 있는 인제 지역 주민을 위해 장학사업 등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스님이 돌아가시자 가장 섭섭해 한 사람은 평소 스님과 가깝게 지내던 지역 주민들이었다고 한다. 스님은 평소 교구 사찰 승려들에게 “절 동네 주민들을 부처님처럼 모시라”라고 주문했다. 문단에서는 무산 스님을 현대 선시조를 개척한 ‘시인 조오현’으로 기억한다. 스님은 사람을 만날 때 종교나 지역을 따지지 않았고, 오직 인간됨과 뜻을 보았다. 스님에 대한 기억과 숭모가 깊이 이어지는 이유다.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10일 인제 만해마을 문인의 집 강당에서 만해축전의 일환으로 ‘설악무산의 삶과 생각, 그 깊이와 넓이’ 세미나를 열었다. 이근배 전 대한민국예술원장의 기조 강연에 이어 9편의 연구결과가 발표됐으며 기존 발표 논문과 함께 엮은 동명의 책도 발간됐다.

이날 발표된 논문은 △설악 무산의 불교관 △설악 무산의 수행관 △설악 무산의 문학관 △설악 불교의 중흥을 이끌다 △만해축전 25년의 성과 △백담사와 사하촌 그 선한 밀월 △21세기 무애도인의 풍모 △설악 무산의 저술과 연구서지 고찰 △설악무산이 세상에 던진 메시지 등 분야도 다양하다.

김충현 춘천불교방송 총국장은 설악불교의 중흥을 이끈 무산스님의 업적을 다시 기록, 1977년 신흥사 주지로 취임했던 무산스님의 최대 업적으로 설악산문의 재건을 꼽았다. 건봉사에서 이관한 교구 본사인 신흥사의 주요 건물 등을 건립해 중창을 이끈 점에 주목했다. 신군부의 불교법난에 휘말려 주지직을 사임하고 미국에서 포교활동을 펼친 무산스님은 1992년 신흥사 회주로 취임, 다시 설악불교 중흥에 매진했다. 1996년 신흥사 복지재단, 2000년 은사 성준스님의 뜻을 새긴 성준장학재단을 설립했다. 2002년 백담사에 조계종립 기본선원을 열고 2002년 춘천불교방송을 개국했다. 김 국장은 “무산스님은 신흥사, 낙산사, 백담사, 봉정암 등 설악산 불교를 이루는 주요 가람을 창건 수준으로 불사했으며 도의국사가 선종의 문을 연 종조 사찰 진전사를 복원했다. 조계종 3교구 사찰들은 스님의 원력이 깃들지 않고, 가사가 덮이지 않은 곳이 없다”고 했다.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조오현의 시조는 선의 미학과 시적 형이상성을 통해 원초적 통일성을 회복하려는 시조 본연의 지향을 체현한다”며 “일정한 양식적 구속에도 불구하고 자유시와는 전혀 다른 심층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우리 문학사의 빼어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유권준 불광미디어 콘텐츠 실장은 “만해축전은 한 인물의 사상을 계승하기 위해 불교계와 언론, 지역, 지자체, 대학 등이 힘을 합친 보기 드문 문화 운동”이라며 “진영논리로 분열된 시대에 진정한 화해와 소통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모범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시 운영하는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만해마을을 기증받은 동국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11일 만해마을 문인의집에서 21회 유심작품상 시상식, 12일 인제하늘내린센터에서 27회 만해대상 시상식을 연다. 올해 만해대상은 원주에서 활동하는 곽병은 의료복지협동조합 밝음의원 원장이 불교계 국제구호기구 ‘더 프라미스’와 함께 실천대상에서 수상한다.

홍천 출신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천양희 시인과 함께 문예대상에 선정됐다. 평화대상은 국제구호단체 ‘세이브 우크라이나’가 받는다. 유심작품상은 정찬주 소설가, 고두현 시인, 민병도 시조시인, 구중서 문학평론가가 수상한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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