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한림대 국제학부 겸임교수
이종화 한림대 국제학부 겸임교수

코로나19 완화로 해외여행이 점차 회복세를 보인다. 코로나 기간 중에 해외출장을 다녀올 기회가 있어서 인천공항에 갔더니, 완전 텅빈 장소가 되었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분과 식사를 하면서 공항식당이 방문객이 아닌 공항직원들에 의해서 겨우겨우 운영된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이제 코로나로 인한 규제가 사라져서 출입국 규제가 거의 사라졌다. 이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되었다.

필자는 1984년 12월 대학교 4학년때 운 좋게 평생 처음 타보는 비행기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처음 비행기에서 내려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신선한 충격은 강원도 촌놈에게는 아주 센 충격이었다. 이 충격이 6년 후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대학과 직장생활을 통하여 안정된 지위를 향유하고 있던 나에게 해외에서의 체류는 심각한 정체성의 도전이었다. 항상 이름 뒤 직위를 통하여 불리던 나는, 1990년과 1998년의 프랑스에서는 아시아 동쪽 끝에 있는 작은 국가의 그냥 사람으로 불리우고,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불리던 지위를 나에게서 없애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였다.

대학에서 교수로 지내던 시절에도 미국에서 열리는 교육이나 세미나에 참석하면 항상 나의 뇌를 자극하는 영감을 가지고 돌아오게 하였다. 명예퇴직 이후에 찾아온 여유로 아르헨티나의 탱고여행, 그리고 필리핀에서의 서핑과 스쿠버다이빙의 체험은 항상 새로운 자극을 주어서 삶에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

아마도 익숙한 환경에서 오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적응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둔해진 나의 모든 감각기관이 작동하여 신선한 정보를 처리하려는 노력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여행을 가서 아무 짓을 하지 않아도 눈을 비롯한 모든 감각기관이 최선을 다해서 적응하고, 처리하려고 할 것이다.

나에게는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여행의 장점을 공유하려고 주위에 권하면 의외로 사소하게 보이는 문제로 쉽게 해외여행을 주저한다. 영어를 못해서, 음식이 안 맞아서… 저자는 거의 30개국이 넘는 국가를 여행하고, 프랑스에서 6년을 살았지만 해외여행을 가서 실제로 외국어로 대화할 기회는 많지 않다.

더욱이 패키지로 해외여행을 간다면, 외국어를 할 기회조차 없다. 주변 상가의 식당을 둘러보면 외국음식점이 즐비하다. 그리고 정 음식이 안맞으면 현지의 한국 음식점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정보화시대로 길을 잃거나 호텔을 못구해서 노상에서 자는 상황이 불가능할 정도다. 필요한 것은 다른 문화로 인한 자극을 통하여 삶의 자극을 받아보고 싶은 생각만 있으면 된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의 세대는 조기에 해외여행의 경험을 통하여 쉽게 떠나지만, 이런 경험이 없는 장년층의 경우에는 아직도 두려워하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쉽게 여행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왜 여행을 못 가느냐고 물어보면, 이유가 매우 심각(?)하다. 주말에 친구 자식 결혼식이 있어서, 다음주에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다음달에 매월 열리는 월례회의에 참석해서 등등… 들어보면 아주 심각한 모임으로 빠지면 국가의 비상사태가 날 지경의 이유를 나열한다. 평생 자기가 속한 익숙한 환경을 바꾸기가 두렵고, 신선한 자극을 받기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말은 생활이 재미없다고 하면서!

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다. 내가 원하면 된다. 그런데 하지 않을 이유가 너무 많아서 언급하기조차 힘들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200가지나 찾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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