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더라도 낭만적 일 찾아서하는 것을 뜻하는신조어
새로운 발견은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볼 때
오는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굳이’ 무언가를 해야

▲ 김규현 감자아일랜드 대표
▲ 김규현 감자아일랜드 대표

‘굳이데이’는 “고집을 부려 구태여”라는 뜻의 부사 ‘굳이’와 “하루, 날”의 뜻을 가진 ‘데이(Day)’

의 합성어로 귀찮더라도 낭만적인 일을 찾아서 하는 일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춘천 닭갈비가 먹고 싶어서 퇴근 후에 열차를 타고 서울에서 춘천으로 여정을 떠난다거나, 조개구이가 먹고 싶어서 을왕리로 야간 드라이브를 떠난다거나 편의점 라면을 먹으러 한강에 가는 뭐 그런 일이다.

지금 돌이켜 보니 10대 시절 나의 매일은 굳이데이였다. 하교 후에 친구들과 텐트를 매고 뒷산에 올라가 야영을 하거나 저녁에 문이 잠긴 초등학교의 담을 넘어 고기를 구워 먹거나(물론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다….) 밤이 내려앉아 깜깜한 무덤에 찾아가 담력훈련을 하는 일들을 즐겼다. 어른들이 보기엔 굳이 왜 저런 짓을 하나 싶겠지만 당시의 나는 그런 일들이 설렜고 즐거웠다. 내가 살아가는 동네 안에서 항상 가는 길보단 새로운 길, 항상 노는 것 말고 새로운 놀거리를 찾아서 즐겼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색달랐다.

그리고 나도 어른이 되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않기 시작했다. 어쩌면 모두에게 필연적인 일이다. 20대에는 미래를 위한 준비, 30대에는 현실에의 투자, 40대에는 자식을 위한 노력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여유와 나 자신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나도 20대 중반에 창업에 도전했고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는데, 창업 이후로는 나를 위한 시간과 나를 위한 돈을 할애하는 일에 무색해져만 갔다.

사람이 지치지 않고 매일을 살아가는 힘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시간, 내가 사랑하는 추억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희미해질 때 자존감이 낮아지고 인생이 불행해지는 것 같다. 자존감이 낮아질 때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깊게 탐구할 필요가 있다. 꼭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사소하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찾고 자신을 채워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단단해져 간다. 이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운 나만의(?) 자존감 높이기 필승법이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어쩌면 놓치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굳이데이를 만들려고 한다.

굳이 뭔가를 찾아서 해내는 사람이고 싶다. 그게 낭만을 위한 일이든 직업적 성공을 위한 일이든. ‘굳이’라는 단어는 창업(여기서 창업은 ‘스타트업’을 의미한다)과도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남들이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문제를 굳이굳이 찾고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굳이굳이 찾는 사람들의 집단을 ‘스타트업’이라고 한다. 그리고 ‘굳이’에서 시작된 새로운 발견은 세상을 더욱 이롭게 하기도 한다. 새로운 발견은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바라볼 때 오는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굳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많은 사람이 ‘굳이데이’를 보내고 그 경험으로 다시 힘찬 하루를 살아가면 좋겠다.김규현 감자아일랜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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