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특법 제정 28년 … “ 지금보다 탄광 있던 그때가 백번 낫다”
석탄산업합리화 따른 폐광 진행
도내 폐광지역 성장률 평균 하회
폐특법 제정 경제회생 노력 불구
지속적 인구 감소 자생 기반 악화
주민 “강원랜드 경제 영향 미미”
불법거래 횡행 상권 악영향 지적
광산 있을 때 비교 매출 1/5 수준
이제는 장사 포기해야 하나 고민

▲ 1995년 3월 3일 내국인출입 카지노를 핵심으로 하는 3·3 합의내용이 발표되는 순간 공추위 지도부가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 1995년 3월 3일 내국인출입 카지노를 핵심으로 하는 3·3 합의내용이 발표되는 순간 공추위 지도부가 만세를 부르며 기뻐하고 있다.

폐광지역 주민들이 투쟁을 통해 지난 1995년 3월 3일 정부로부터 3·3 합의를 이끌어 낸 지 벌써 28년이나 지났다. 그러나 폐광지역 개발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지역은 계속 무너지고 있고 당시 투쟁에 앞장섰던 지역 상인들은 “지금보다 광산이 있을 때가 백번 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정부가 폐광지역 회생을 위해 제정한 ‘폐광지역 개발에 관한 특별법’ 1조에 따르면 ‘이 법은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인하여 낙후된 폐광지역의 경제를 진흥시켜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과 주민의 생활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쓰여 있지만 지역 주민들은 해당 내용을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통계정보와 통계청 자료 등을 살펴보면 1985년부터 2012년 사이 국내 총생산량은 89조원에서 1377조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석탄합리화정책으로 인해 점차적으로 폐광이 진행되며 국내 총생산에서 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0.83%에서 0.17%로 감소하며 도내 탄광지역의 경제에는 큰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국가와 강원도는 탄광지역의 경제 회생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율 증가 등 지역 자생의 기반은 더욱 악화됐다.

▲ 지난 2021년 2월 19일 뿌리관 광장에서 도내 폐광지역 4개 시군 사회단체가 폐특법 시효폐지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 지난 2021년 2월 19일 뿌리관 광장에서 도내 폐광지역 4개 시군 사회단체가 폐특법 시효폐지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폐특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지난 2000년부터 2011년 사이 도내 폐광지역(정선, 태백, 영월, 삼척)의 평균 성장률은 연간 4.1%로 국가 및 강원도 평균 성장률인 5.4~6.9%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백시와 영월군의 경우 지역내 총생산의 연평균 증가율이 2.9%에 그치면서 강원도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정선군의 경우 강원랜드 조성사업으로 국가 성장률인 6.9%보다 높은 7.9%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강원랜드의 성장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993년부터 정선 사북읍에서 혜원가든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진욱(70)씨는 “지금보다 광산이 있을 때가 백 번 낫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원탄좌가 한창일 당시 문을 열었던 혜원가든은 손님이 워낙 많아서 하루에도 소나 돼지를 많이 잡았고 당시 직원만 11명이 있었다. 가게를 찾는 손님 대부분은 광부거나 그들의 가족들이었다. 이후 동원탄좌가 문을 닫고 난 뒤 잠시 영업이 어려웠던 적이 있었지만 강원랜드가 생기고 난 뒤에는 그래도 매출이 조금씩은 나왔다. 하지만 강원랜드에 계속되는 규제 탓에 이용객도 줄고 자연스럽게 김 씨의 가게를 찾는 사람들도 줄었다.

▲ 이재명(67)씨가 1980년 초 정선 사북읍에 문을 열어 약 4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짚신양화점
▲ 이재명(67)씨가 1980년 초 정선 사북읍에 문을 열어 약 4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짚신양화점

3·3투쟁에도 참여했던 김 씨는 지역 경제가 붕괴되는 것만은 막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그 대안이었던 강원랜드가 과도한 출입일수 제한 탓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강원랜드 카지노의 출입 가능 일수가 한 달에 15일이고, 임직원과 직계가족 등은 출입할 수 없다. 김진욱씨는 “광산 있을 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5분의 1 수준 밖에 안되고 직원도 3명으로 줄었다”며 “정부의 현실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이런 얘기를 예전처럼 투쟁으로 할 사람들도 없고 다들 나이가 많아서 그렇게 할 수도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1980년 초 정선 사북읍에 문을 열어 약 4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짚신양화점의 이재명(67)씨도 이제는 장사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이 씨는 “전에는 동원탄좌가 있어서 그래도 장사가 괜찮았지만 강원랜드가 들어와서는 지역에서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도움 주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씨가 지적한 부분은 바로 ‘콤프깡’ 문제였다. 콤프란 강원랜드가 이용객들에 지급하는 포인트 제도로 2004년부터 강원랜드는 카지노 게임을 한 고객에게 실적에 따라 일정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누적된 포인트는 현금처럼 이용이 가능하고 강원랜드 리조트의 부대시설에서는 물론 인근 콤프 가맹점에서도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콤프가 도입된 목적 자체가 본래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객편의를 위해서다. 하지만 이 콤프가 현금과 같은 기능을 하다 보니 속칭 ‘깡’이라 불리는 불법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0만 포인트가 적립돼 있다면, 현금이 급한 매도자가 그 절반인 50만원만 받고 매수자에게 파는 방식이다.

▲ 김진욱(70)씨가 지난 1993년부터 정선 사북읍에서 운영하고 있는 식당 혜원가든
▲ 김진욱(70)씨가 지난 1993년부터 정선 사북읍에서 운영하고 있는 식당 혜원가든

이 씨는 해당 문제가 대두된 지 오래됐는데 아직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지역 상인들한테는 큰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콤프를 지역 식당이나 가게에서 사용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져야 하는데 현금화하다보니 지역 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씨는 “강원랜드에서 단속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강원랜드가 폐광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나도 가게를 포기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인데 젊은 사람들이나 새로 가게를 열려고 하는 사람들은 정선 사북에서 장사하려고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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