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가요왕에 오르며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가수 최곤은, 대마초와 폭력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며 삼류 가수로 전락한다. 과거 잘나가던 시절과 비교해 초라해진 모습에 자격지심을 느낀다. 욱하는 성격에 과격한 모습도 보인다.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다 손님하고 시비가 붙게 되는데, 급기야는 카페 사장한테 행패를 부리다 졸지에 범죄자가 되고 만다. 최곤을 발굴해 가수로 성장시킨 매니저 박민수는, 최곤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MBS 방송국 영월지국의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제안한다. 아직 철이 없는 최곤은 지역 방송국 DJ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박민수의 설득으로 영월에 내려간다. 영화 ‘라디오 스타’는 최곤이 맡은 프로그램에 다방 여종업원이 게스트로 출연해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극의 재미를 더한다.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고민을 말하며 잠시나마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소중한 프로그램이 된다.

관객들에게 훈훈한 인간미를 전한 이 영화는, 대사와 주제곡으로도 유명하다. 극 중 박민수가 최곤에게 “별은 말이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라고 해 방송에서 빈번하게 인용되고 있다. 또한 명곡 ‘비와 당신’을 노래방 대표 애창곡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감독 이준익은 영월의 어느 중국집 사장 역으로 카메오 출연을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대부분의 촬영을 영월에서 해 주민들의 시선을 끌었다.

얼마 전 ‘라디오스타’를 탄생시킨 이준익 감독이 자전거를 타고 강원도를 찾았다. 2023춘천영화제 ‘클로즈업’ 섹션을 통해 ‘동주’, ‘라디오스타’ ‘왕의남자’ 등의 대표작 다시 상영했다. 감독은 라디오스타에 대해 “내 영화 중 가장 사랑스러운 영화”라고 자평했다. 또한 “영화를 만드는 것까지는 제 역할이지만 이후에는 관람하는 분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라디오스타라는 작품으로서의 가치와는 별개로, 영월은 영화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얻었다. 단종의 애사와 충절의 고장에 더해 라디오스타의 탄생지가 됐다. 잘 만든 영화 한편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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