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18일 만에 전국언론노동조합에 의해 직권남용죄로 고발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MBC, JTBC에 한 탐사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보도한 과정을 자료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이게 방통위 권한 밖이라는 것이다. 법을 보자면 개별 보도를 심의할 권한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별도 기구에 있다. 요구한 자료도 취재과정 전반에 관한 것인데, 취재원을 포함한 취재과정은 예외적 경우가 아니라면 재판 과정에서 공개를 거부하거나 비공개로 판사에게만 제공하기도 한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민감한 문제인데, 오랜 언론인 경력에 청와대 대변인, 홍보수석을 거친 이동관 위원장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를 움직여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이동관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 임명 기준으로 말하는 전문성과 부처 장악력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서늘한 대목은 방통위가 정보 요청 사유로 ‘재허가’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미 이동관 위원장은 여당 대표가 특정 언론을 향해 ‘사형에 처해야 할 국가반역죄’, ‘폐간’ 등의 험악한 말을 쏟아내자 ‘가짜뉴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화답한 바 있다. 아무리 정치인의 수사라지만 어엿한 민주공화국에서 ‘폐간’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한탄할 만한데, 주무부처의 책임자가 장단을 맞춘다니,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일이다. 사실 신문사나 인터넷신문사의 폐간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가 조건을 갖춘 언론사의 등록을 취소할 법적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문제가 된 탐사언론에 대해 폐간이나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말하는 것 자체가 무책임의 극치다. 정부의 재허가, 재승인을 얻어야 하는 방송사는 사정이 다르지만 현실적으로 특정 보도를 문제 삼아 방송 인허가를 취소하는 일도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 모든 소란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해 온 언론, 특히 공영방송에 대한 ‘경고’, ‘선전 포고’, ‘겁주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무리한 일을 거리낌 없이 해낼 사람으로 이동관 위원장이 선택된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그 예고편이었다. 이동관 위원장은 자신의 과거 언론 보도 개입을 스핀닥터(spin doctor)

의 기본 직무라고 당당하게 주장했다. 뭔가 대단한 전문가인 듯 말하지만 스핀닥터는 ‘여론조작 기술자’일 뿐이다. 과거 유명 스핀닥터들이 고백했듯이, 여론조작으로 선거에서 승리하거나 국정운영 동력을 얻을 수는 있지만 결국 스핀닥터의 농단(spinning)은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냉소주의를 초래한다. 그래서 스핀닥터는 정치의 필요악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인식이 커져 온 것이다. 더군다나 이동관 위원장이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으로 했던 일들은 스핀닥터의 메시지 관리 정도가 아니라 채찍과 당근을 동원한 1980년대식 언론통제에 가까웠다.

사실 이동관 위원장의 지명에 고개를 끄덕인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싶지만 지명철회를 예상한 사람도 없었을 것 같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여당이 언론, 특히 공영방송을 대해 온 태도나 방식에 가장 부합하는 인사였기 때문이다. 특별히 이동관 위원장 개인을 비판할 필요도 없다. 그의 역할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관 방통위를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없애버리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윤대통령의 뜻에 따라 방통위의 언론자유 시계는 2008년에서 다시 돌기 시작했다. 두 번째 시즌이 새로운 최악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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