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춘천국제고음악제 폐막
콘서트 오페라 ‘아서왕’ 호연
성악가 열연으로 현대적 해석
적은 예산 불구 참신한 기획
강원대 바로크 앙상블 첫 무대
지역 인재 성장·협업도 눈길
상설 사무국 운영 등 과제도

춘천국제고음악제가 지난 24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콘서트 오페라 ‘아서 왕’을 선보이며 폐막했다. ‘미래를 위한 유산’을 주제로 한 최현정 음악감독의 기획은 성공이었다. 1억원이라는 춘천시 예산에 오페라를 포함한 6개의 공연과 1개 세미나를 진행했다. 해외 연주자 초청과 지역과의 협업, 아시아 고음악 단체 초청 등 음악제만의 정체성을 살린 기획까지 3박자가 고루 맞았다. 최현정 음악감독은 공연마다 무대에 올라 설명을 덧붙이며 바로크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도왔고, 관객 호평도 이어졌다. 하지만 부족한 예산과 관객 확장성은 여전한 과제다. 무료 공연에 수준급 연주자 초청에도 불구하고, 채우지 못한 객석은 아쉬움을 남긴다. 올해 춘천국제고음악제의 성과와 과제를 돌아본다.

▲ 지난 24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춘천국제고음악제 폐막공연 ‘아서 왕’이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열렸다. 아래 사진은 퇴계성당에서 열린 하프시코드 조소빈과 바로크 첼로 장혜진의 ‘라이징 스타’ 공연 모습.
▲ 지난 24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춘천국제고음악제 폐막공연 ‘아서 왕’이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열렸다. 아래 사진은 퇴계성당에서 열린 하프시코드 조소빈과 바로크 첼로 장혜진의 ‘라이징 스타’ 공연 모습.

■ 콘서트 오페라 ‘아서왕’

헨리 퍼셀의 1691년작 ‘아서 왕’은 영국의 전설적 영웅 아서왕과 오스왈드의 대결을 그린다. 공연은 권민석 지휘, 엄숙정 연출로 소프라노 김제니·최예은, 카운터테너 장정권, 테너 정제윤, 베이스 이형욱이 참여했으며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과 페스티벌 앙상블이 호흡을 더하며 친숙한 정서의 음악을 선보였다. 악장 김나연을 필두로 하프시코드 김재연, 바로크 첼로 강지연, 바로크 오보에 신용천 등 11명으로 구성된 춘천국제고음악제 페스티벌 앙상블도 수준급 실력을 뽐냈다. 최현정 음악감독이 “모든것을 걸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한만큼 준비 과정도 탄탄했다.

공연은 오페라가 고루하다는 인식을 벗겨냈다. 성악가들이 대사와 배우의 역할까지 부담하며 바쁘게 움직였고 줄다리기를 통해 선악의 대립구도 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영어 원곡을 따라가며 듣는 즐거움도 있었다.

후반부 하프시코드·첼로·바이올린 삼중주에서 리코더 솔로로 넘어가는 장면이 소박함을 연출했고, 권민석의 열정적인 맨손 지휘는 극적 효과를 줬다. 어떠한 유혹 속에서도 ‘사랑’이 최고의 가치임을 이야기 하고, 이방인을 새로 조명하는 주제 의식은 현 시대에도 적합했다.

■ 지역 협업 확대와 과제 모색

올해 춘천국제고음악제는 지역과의 연계를 강화했다. 리코더 이효원·허영진, 바로크 오보에 박영미, 트럼펫 박기범 등 춘천 연고 연주자들이 함께했으며 강원대와의 협업을 통해 지속성을 강화했다.

지난 22일 퇴계성당에서 열린 ‘라이징 스타’ 공연은 국내 촉망받는 신예 고음악 연주자들의 데뷔 무대로 꾸며졌다. 춘천 출신 하프시코드 연주자 조소빈과 바로크 첼로 장혜진이 무대에 올랐으며 조소빈이 활동중인 오스트리아 ‘프라이무트’ 앙상블도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조소빈은 춘천국제고음악제 음악감독을 지낸 조진희 리코디스트의 딸이다. 공연 후 조소빈은 “어려서부터 많이 보고 꿈꿔왔던 무대였다. 아버지로부터 독립된 연주자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23일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진행된 ‘영 프론티어’ 무대에서는 강원대 출신 고음악 연주자로 구성된 크누(KNU) 바로크 앙상블이 첫 무대를 가졌다. 강원대 음악학과는 리코더 전공을 신설하는 등 고음악에 특화된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프로그램북 판매금은 이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미래를 위한 유산 세미나’에서는 음악제의 발자취를 되짚고 과제를 조명했다. 이대범 전 춘천국제고음악제 이사장은 발제에서 “음악제 상설 조직을 위한 재원을 마련, 사무국을 상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역대 음악감독들의 기획을 소개한 김재연 전 음악감독은 “음악제 내실화를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경영 한양대 교수는 “음악감독의 색이 이토록 잘 묻어나오는 음악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음악제의 특색을 잘 이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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