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여당이 보여줘야
하는것은,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지, 자신들의 뜻이이러니까 믿고 따라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기현 대표 2기 체제가 출범했다. 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를 계기로 심기일전하겠다는 표현이란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이, 지금 국민의힘의 모습을 쇄신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보고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이렇다. 우리나라는 유독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강하다. 정치의 인격화란, 정치를 시스템 중심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람 중심으로 파악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른 선진국과는 다르게, 정치인에 대한 팬덤 현상이 유독 심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정치문화가 자리 잡은 우리의 현실에서 정당이 바뀌려는 모습을 보려면, 대대적인 인적 개편을 실시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인적 개편을 하긴 했다. 사무총장을 바꾸고 정책위 의장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정당의 사무총장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정책위원장이 누구인지를 알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자리에 새 인물을 등용한다고 한들, 국민들은 바뀌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들은 바뀐 모습을 보여 줬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것인데, 이런 이유에서 “자기 위안적 인적 개편”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당 대표를 바꾸지 않는 한, 국민들은 국민의힘의 노력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임을 알 수 있다. 자신들도 뒤늦게 이런 상황을 인지했는지는 몰라도, 혁신 기구를 출범시키겠다고 한다.

그런데 과거의 사례를 보면, 혁신 기구가 성공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번 민주당 혁신위가 어떻게 끝났는지를 기억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더구나 어느 정도 권한이 주어지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혁신 기구를 맡겠다고 나서는 인물을 구하기란 힘들 것이다. 총선 기획단이나 인재영입위원회 등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구들과 혁신 기구와의 권한 배분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혁신 기구의 수장을 맡았다가는, 지난번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처럼 상처만 받고 끝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어, 혁신 기구를 둘러싼 구인난은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면, 혁신 기구를 꾸리는 목적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기도 힘들어지고, 그래서 아마도 또 한 번 인적 쇄신을 단행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쇄신하는 모습을 인정받으려면, 처음부터 대대적으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맛보기식’으로 찔끔 쇄신하다가 여론이 안 좋으니까 다시 한번 쇄신하겠다고 나서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의 상황 인식은, 김기현 대표의 언급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김기현 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개인적 차원의 비장함은 알겠지만, 그의 언급이 앞뒤가 바뀐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만일 김기현 대표가 그 정도로 절박하게 국민의힘 승리를 원한다면, 당장 백의종군하겠다며 자신을 버리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총선 결과에 따라 처신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듣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과 18일, 이틀 연속으로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과 만찬을 가졌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당·정·대의 관계를 강화하고 소통에 충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겠지만, 국민들이 그런 의도를 알아차릴지는 의문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보여줘야 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지, 자신들의 뜻이 이러니까 믿고 따라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만일 국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다음번 총선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이라도 국민들을 따르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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