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어 서울로 갑니다” 도내 원정진료자 34만명 훌쩍
의료 자체충족률 50% 미만 5곳
원정진료비 6억여원 전국 2위
도내 완결적 의료 완성 시급
지역 의료원 예산지원 필요

정부가 지역의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고 있지만 이미 의료 공백이 심각한 강원도내 곳곳에서는 원정 진료에 내몰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철원에 거주하고 있는 장모(73)씨는 한 달에 2번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 찾아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혈압 증상이 있었고 올해 들어서는 뇌혈관에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2주에 한 번 서울을 가기 위해서는 아침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다행히 차량이 있어 대중교통을 기다리지는 않아도 되지만 차가 막히면 가는 데만 2시간이 걸린다. 가서도 대기인원이 많이 1시간 정도 기다리고 의사 면담을 하는 시간은 불과 10~15분 정도다.

진료 후 약 처방을 받고 다시 철원으로 돌아오면 오후 4~5시는 기본이다. 병원 한 번 다녀오면 하루가 다 가지만 그럼에도 서울 병원을 가는 건 철원에 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장 씨는 “강원도내 대학병원이나 경기도에 있는 병원도 다녔지만 그래도 여러 검사를 한 번에 하기 위해서는 장비나 시설이 잘 갖춰진 서울 병원이 훨씬 낫다”며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는 신경과 교수님이 병원을 그만둔다고 해 소견서 받아 추천해준 병원으로 간 적도 있어 그 이후로는 번거롭더라도 서울로 간다”고 말했다.

의료공백이 심각한 곳은 비단 철원뿐이 아니다. 강원도내 지역 중 평균 의료이용 자체충족률이 50% 미만인 곳은 고성군(40.5%), 정선군(41.4%),양양군(42.0%), 화천군(47.3%), 평창군(49.4%) 5개 시·군이다. 해당 지역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이 아닌 타 지역에서 원정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지방 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진료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21년 강원도내 원정 진료자 수는 총 34만 3477명으로 이들이 사용한 진료비는 총 6억3232만원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강원도내 의료계에서는 원정 진료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안에서 완결적 의료가 완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현웅 보건의료노조 강원지역본부 사무국장은 “의대 정원 확대나 국립대병원 활성화 등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에 의료원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당장 존립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내 대학병원 관계자도 “국립대병원인 강원대병원을 중심으로 5개 의료원, 보건소와 보건의료원 등이 효율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필요한 예산지원과 적절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kimjh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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