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도시기록자 서진영 집필
춘천문화재단 협업 6개월 취재
관광지 아닌 '사는 곳'에 초점
버스 이용·청년 사업 주실 지적
시민포용성·연대 의식 호평
"작은 관심이 잔잔히 깔린 도시"

외부의 시선은 오히려 내부를 정확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춘천 찬가’는 아니다. ‘춘천에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 도시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기록에 더 가깝다.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는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고성지역 출판사 온다프레스와 협력해 만든 책이다. ‘나의 거주지 찾기 프로젝트, 춘천 편’이라는 부제로 나온 이번 책의 저자인 서진영 작가는 6개월간 춘천을 발로 뛰며 도시의 속살을 취재했다. 도농복합도시인 춘천을 바깥에서부터 너무나도 깊게 짚은 느낌이다. 지역의 주거, 축제, 교통, 교육, 복지, 자연, 인구 구성 등 춘천 사람도 몰랐던 춘천이 이방인의 시선에서 새롭게 읽힌다.

서진영 작가는 26일 본지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소위 ‘마임축제’나 ‘호반의 도시’로 대표되는 춘천에서 어떤 요소가 사람들을 풍요롭게 하는지 생활 전반에서 살펴보고 싶었다. 춘천문화재단 직원들도 내용에 별다른 첨삭을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대답이 듣고 싶었다’고 얘기한 부분에서 춘천의 문화적 수준과 포용성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관공서에서는 보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책의 본문에는 ‘로컬’이라는 단어는 거의 없다. 여러 지역이 ‘로컬’이라는 이름 붙이기에 바쁘기도 하고, ‘로컬’이라는 말이 각 지역의 고유성을 품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관광지’가 아닌 ‘사는 곳’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다.

서 작가는 “문화를 예술로만 보는 것은 너무 좁은 시각이다. 흔히 ‘사는 곳’을 지칭하면 부동산으로 상징되는 경제적 가치에 집중하게 되지만 ‘사는 것이 무엇인가’에 방점을 찍고 싶었다. 의도적으로 보통의 풍경들을 더 포착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작가가 춘천을 취재하며 가장 먼저 겪은 어려움은 교통 문제다. 남춘천역에서 국립춘천박물관까지는 도보로 50분이 걸리는 거리인데, 버스를 탔는데도 40분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여유 있으면 걷는 거고, 여차하면 택시 타고 간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작가는 기다림을 즐길 줄 아는 춘천 사람들의 ‘여유’를 느낀다.

“젊어서는 모름지기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말을 관용적으로 사용하고 지방에 남는 것을 은연중에 얕보는 사회에서 청년들의 지역 이탈 현상을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모순이다”

육림고개 청년몰의 실패를 담은 대목이 인상적이다. 서 작가는 “공무원들은 연간단위 사업이 끝나면 책임지지 않는다. 청년사업의 경우는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야 하는데 청년들을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삶은 문제에 대한 답보다는 해결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춘천학연구소가 제작한 초등학교 교재 ‘안녕? 우리 춘천’을 비롯해 효자동 ‘고양이 마을’ 조성 사업, 공연예술 스태프협동조합 ALL, 담 작은 도서관, 어린이작업장 뚜루뚜, 강원이주여성상담소, 춘천연탄은행, 해솔직업사관학교 등의 사례가 그렇다.

춘천을 더 낭만적이게 만드는 것은 ‘빈집’이다. 원도심에 빈집이 많은 것도 놀랐지만 춘천시가 빈집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축에 속한다는 것도 알게됐다. 빈집을 공공문화 공간으로 활용한 ‘도시가 살롱’은 약점을 강점으로 만든 사례다.

서 작가는 “빈집이라는 개념은 기회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춘천은 함께 잘 살아보려는 연대의식이 있어 가능하다. 새벽시장이 세 군데나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며 “춘천은 요란하게 티를 내지 않지만 서로에 대한 관심과 성원이 잔잔하게 깔린 도시”라고 말했다.

그런데 춘천시의 상징동물로 ‘닭’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지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자연 방사형 농장 등 닭 관련 산업을 육성하자는 의견이 솔깃하다.

정지돈 소설가와의 대담으로 진행되는 출판 기념 북토크는 오는 31일 오후 7시 서울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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