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우측방향 45도’일까.

강릉에서 활동하는 이연희 시인이 최근 펴낸 시집 제목을 보며 독자들은 오른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보게 된다. 앞만 바라보기 보다는 지금 드는 생각과 정제된 관계를 우측 45도에 함께 두겠다는 시인의 말을 먼저 익힌 후 시집을 펼치면 하얗고 뽀얀 봄볕과 권태없이 뜨겁게 타는 노을이 교차한다. 아무 글도 쓰지 못했던 여백의 시간이나 혹독한 비포장길을 걸어야 하는 순간, 거미줄에 걸린 것 같은 심정들도 숨기지 않고 내놓았다.

결국 ‘시쓰기’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과 감정에 각도기를 대 보는 시도로 보인다. 시 ‘코스모스 꽃씨에 대한 소고’에서 ‘세찬 바람에 부러지지 않으려고/이리저리 고개 돌려가며 치는 몸부림’하는 코스모스 줄기, 시 ‘망연’에서 ‘문득 칼날처럼 쓰윽 긋고 지나치는/붉은 흐름’ 같은 것들의 각도도 궁금해 지는 것이다.

엄창섭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는 평설에서 “동시대 누구보다 지극한 평화주의자로 온유한 심성의 소유자라는 확증은 시편에서 다시 확인된다”며 “자연친화적 일상과 연계된 인간성의 회복이 창작의 큰 틀에 있다”고 평했다.

이 시인은 월간 모던포엠 시부문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강원문인협회와 모던포엠 이사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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