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군 구미정사와 골지천 문화재 등재를 위한 학술 심포지엄

▲ 정선군 구미정사와 골지천 문화재 등재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26일 정선농협 한우타운에서 강선구 정선부군수, 경민현 강원도민일보 부사장, 발제자, 토론자, 지역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정선군 구미정사와 골지천 문화재 등재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26일 정선농협 한우타운에서 강선구 정선부군수, 경민현 강원도민일보 부사장, 발제자, 토론자, 지역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정선군과 강원도민일보가 공동주최하고 정선군의회가 후원한 ‘정선군 구미정사와 골지천 문화재 등재를 위한 학술심포지엄’이 지난 26일 정선 농협한우타운 다목적실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은 구미정의 건축 배경과 역사적 가치, 구미정사와 골지천 일원의 경관적 가치, 구미18경의 인문학적 가치에 대한 학술적 검증을 통해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진행됐다. 주제발표와 토론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발제1 구미정의 건축 배경과 역사적 가치
“ 별천지로서 동천(洞天)을 상징하는 공간”

엄찬호 강원대 국학연구소 박사

구미정(九美亭)은 1692년 조선 숙종조때 수고당 이자가 건립했다. 이자는 좌의정을 지낸 외재 이단하의 둘째 아들로 공조참의를 역임했다.

숙종 14년(1688년) 정선에 낙향해 조성하고 은거한 곳이다. 구미(九美)의 의미는 아홉가지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와 함께 구미(仇未) ‘물굽이’라는 의미도 있다. 구미정은 물과 바위가 어울린 절경의 동천(洞天)이라 불리었다. 이중환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산간에 평평한 들이 트인 데다 논도 있고 계곡의 바위도 아주 훌륭하다. 농사와 고기잡이가 모두 알맞으니 이곳은 별다른 하나의 동천(洞天)을 이룬다”고 기술했다. 이철보(李喆輔)의 지암집(止庵集), 이명환(李明煥)의 해악집(海嶽集), 신범(辛汎)의 봉서유고(蓬西遺稿) 등에도 구미정의 아름다운 경치를 서술하고 있다. 구미정을 통해 조선 중기 유학자들의 학문 사상 및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17세기 말에 건립된 이후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기록에 남아 있어 오랜기간 지역의 명승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골지천의 자연경관과 함께 별천지로서의 동천(洞天)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가치가 있다.



발제2 정선 구미정원림의 풍치미와 명승적 면모
“골지천과 일체화된 경승지 장엄한 아름다움 갖춰”
노재현 우석대 조경학과 교수

구미정사는 조선중기 사대부의 정사 경영 등 구곡문화와 궤를 같이한다. 골지천과 일체화된 경승지로서 구미정사뿐만 아니라 건너편 홈병대를 시점으로 하는 경관은 매우 장엄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구미(九美)란 구미정사를 시점으로 관망되는 9가지 경역에서 보이는 풍치미(風致美)를 의미하고, 18경은 다시 각 경역에서 2개씩의 대응되는 대표 경물(景物)이다. 정사구경(精舍九景)의 성격을 보이며 이는 기존 팔경과 구곡을 융합한 개념으로 구미정사의 탁월한 경관상을 방증하고 있다. 구미정 일원은 누정원림이자 별서원림, 또 구곡원림으로서의 성격이 내재된 특이한 형태의 장소성을 보이는 경관 요처(要處)다. 문화재적 가치 논란으로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던 명승 성락원(서울 성북동 별서)사례를 교훈 삼아 조영자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 조영 및 향유 과정 등을 밝혀야 한다. 문화재 지정 명칭은 원형경관으로 보기 어려운 ‘구미정’ 단독으로는 부족한 만큼 ‘정선 구미정원림 일원’ 등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발제3 9미18경(九美18景)의 인문학적 가치
“ 수고당 이자 ‘9미 18경’ 편찬 천인합일 증명”
이학주 강원대 교양연구원 박사

수고당 이자는 선경인 구미동천(九美洞天)을 설정하고 구미정사를 짓고 그곳을 배경으로 9미18경(九美18景)을 지었다. 이자의 이런 행위는 주희가 무이산에 무이정사를 짓고, 무이구곡을 설정하고 무이도가를 지어 산 것을 흠모해서다. 조선조 학자들도 주희를 흠모해서 따라했다. 이때 주희, 조선의 선비, 이자는 모두 천인합일(天人合一)을 이루고 천인합일의 글쓰기를 하고자 했다. ‘천’은 존재와 가치의 근원이고, ‘인’은 현실적 모순과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인’은 ‘천’과 합일해 현실의 모순과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천인합일이 되면 깨달은 사람인 진인(眞人)이 돼 절대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런 깨달음이 작품으로 나왔는데, 이자는 ‘9미 18경’을 써서 천인합일을 증명했다. 구미동천의 ‘천’을 보는 사유와 감성과 감정이 ‘인’과 어울려 절절하게 배어 있다. 이자는 천인합일의 경지를 이뤘다. 동천이 구도적 삶의 장소이고 장소정체성을 지닌 곳이다. 이자는 구미정사가 최고의 수신처이며, 풍류 장소이고 치유장소였다.

 

“올바른 복원으로 본래 문화재적 가치 되찾아야”

학술·경관·역사문화적 가치↑
자연비경 예찬 담은 시문 등
국문학 자료 수집 작업 중요
화강암·수직절벽·돌개구멍 등
일대 지형발달과정 연구해야
1946년 복원과정서 오류 발생
당초 형태·기능 살려 재복원을

▲ 박미현 논설실장
▲ 박미현 논설실장

◇토론
△박동석 국제문화재전략센터 이사장 △최장순 강원대 건축학과 교수 △최기주 청암문화재연구소장 △홍성익 한국문화사학회 편집위원 △최원희 정선문화원 사무국장

◇좌장
△박미현 강원도민일보 논설실장


△박동석=“하늘과 땅과 사람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삼합정신의 혼을 골지천을 구성하고 있는 자연경물에 아홉가지의 미(美)와 열여덟개의 경(景)을 창조적으로 명명하는 조경기법을 발휘하는 인문적 정신과 자세를 배울수 있었다. 선조들은 온갖 역경속에서도 하늘·땅·사람이 하나라는 기본원칙과 질서를 지켜 내면서 수입문화인 불교문화와 유교문화를 잘 조화시켜 우리만의 고유한 역사정원으로 다듬어 후손들에게 전했다. 골지천의 역사적 장소는 소우주세계란 사생활과 대우주세계란 공동생활을 함께 보장하고 훗날 미래세대에게 역사적·문화적으로 전해 줄 수 있는 존재가치와 교환가치가 큰 향부자원이 될 것이다.”



△최장순=“구미정 일원은 기암석벽으로 인한 탁월한 비경으로 명성이 높을 뿐 아니라 아름다움을 예찬한 다수의 한시가 전해지고 있어 문화경관으로서의 의미 또한 크다. 구미정은 ‘구미정사’, ‘별서 구미정사’ 등으로 불리는 것처럼 공간 특성과 장소성 또한 각별하다. ‘9미’와 ‘18경’의 자연경승으로서의 가치가 우수하고 역사문화경관으로서의 의미 또한 풍부하다. 구미정사는 당초 건립시부터 세칸짜리 별서를 건립했는데 그중 두칸은 온돌을 깔아 가온했다. 현재 벽체는 퇴락되어 없으나 아궁이가 남아있어 온돌의 흔적이 확인된다. 많은 부분이 훼손돼 있지만 당초의 형태와 기능을 살려 복원해야 한다.”



△최기주=“구미정 일대의 지질은 고생대 초기 조선누층군의 장산층, 묘봉층, 풍촌석회암층, 중생대 쥐라기의 흑운모화강암 그리고 신생대 신기하성층이 분포한다. 구미정은 화강암 암반위에 위치하며 일대 골지천의 하상은 화강암이 분포하고 있다. 구미정이 있는 곳은 침식작용에 의한 수직절벽, 평탄한 하상, 돌개구멍 등과 같은 하천경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골지천에는 절리 방향을 따라 침식현상이 잘 나타나고, 징담·평암이라 불리는 암반에는 작은규모의 돌개구멍들이 발달했다. 학술적·경관적·역사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으로 일대의 지질학적 내용과 지형발달과정 등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홍성익=“구미정은 자연지리 이외에 인문지리가 더해진 곳인데 이 자연지리는 명승이고 이 명승속에서 주체는 구미정이다. 구미정은 1600년대에 건립된 이후 1946년에 대대적인 보수가 이뤄졌고 벽체 등이 변형되는 등 원형에서 무엇이 변화됐는지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또한 지역민 또는 유람객들이 휴식과 유람의 장소로 이용하면서 지은 시문이라든가 당시 국문학 자료들을 수집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강원도문화재 지정이든 국가 명승 지정이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최원희=“구미정(九美亭)은 원래 구미정사(九美精舍)다. 정자는 경치 좋은 곳에 사방이 탁 트이게 지어 풍류를 즐기는 곳이지만, 정사는 자연 속에서 학문을 수양하고 고향이나 경치가 좋은 곳에 수양을 하는 은둔의 장소, 학문적 교류의 장소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구미정은 원래 온돌구조의 두칸은 방이었고, 한칸은 마루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구미정의 형태는 복원 과정에 많은 잘못된 오류를 범했다. 온돌구조, 벽체, 마루, 문짝 등 그 흔적만 남아 있을 뿐 본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반드시 올바른 복원이 이루어져 원래의 구미정사의 문화재적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박미현=“구미정사는 유흥과 놀이를 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 학업과 교육을 위한 공간이었다. 굉장히 특이한 전통시대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런 역할에 걸맞은 복원,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좀 더 규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규명작업을 통해야만 문화재 지정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구미정사만으로는 국가문화재 지정하는 것이 어렵고 경관적 가치가 우수한 골지천과의 연계, 즉 구미정원림 이론이라는 명칭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런 작업들은 지역사회의 노력에 의해서 실현돼야 할 부분이다.” 정리/유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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