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태백서 박노철 사진전 개막
자연 훼손 중금속 오염수 포착

▲ 박노철 작 ‘불편한 진실-폐광의 흔적’
▲ 박노철 작 ‘불편한 진실-폐광의 흔적’

폐광 30년이 된 태백에는 물이 흐른다. 이 일대 주민들은 몸에 돌이 생기는 병을 자주 얻는다고 한다. 주변을 흐르는 물 색깔에 원인이 있다.

태백사진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노철 사진작가는 최근 3년간 태백과 정선, 영월, 삼척 곳곳의 산과 계곡을 다녔다. 석탄을 캔 후 ‘검은 물’이 흐르던 곳에 이제는 빨간 물, 혹은 흰 물이 흐른다. 황화현상, 백화현상 때문이다. 이 역시 강원의 산맥 아래 흐르는 계곡물의 일부다. 허연 물이 흐르는 곳은 태백 소롯골, 태백골, 지박지골 등이다. 박 작가는 “오래 전 문 닫은 탄광에 잔뜩 비가 오면 그 안의 광물류가 산 아래로 흐른다”며 “인간이 산을 깎아내 경제적 이득을 얻고 난 후 그대로 방치한 모습”이라고 했다. 중금속이 섞인 물은 한강과 낙동강 등 하류로 흐른다. 최근 환경관리공단이 폐광지역 일대 정화시설을 설치하고 있지만 박 작가가 직접 확인한 현장은 아직 심각하다. 그가 말한 “허연 물”에는 생물이 살 수 없다.

박노철 사진전 ‘불편한 진실-폐광의 흔적’이 4일 태백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개막, 7일까지 열린다. 인간이 훼손해온 자연을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한 사진 20여점을 전시한다.

폐광지역 일대 계곡에 지긋이 나이 든 남성들이 서있다. 한번쯤 광부로 일한 사람들이자 폐광지 주민들이다. 지금은 택시운전사, 자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방독면 혹은 마스크를 쓴 이들의 시선은 계곡을 향하거나 렌즈를 통해 관객을 본다. 그는 매년 전시가 끝나면 ‘사진집’을 공무원이 있는 관공서에 배포한다. 강원의 현재,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 그 현장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이 사진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박 사진가는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배웠듯 자연을 파괴하면 결국 그 피해를 안고 마스크를 쓰는 것도 인간”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잠시 자연을 빌려 쓴 거잖아요. 쓰지 않게 되었다면 원상복구 해야죠. 돌려줘야하는 게 맞는데 지금도 녹물이 흐르는 계곡이 많아요. 강원도 바다와 산은 모두 맑은 것으로 알지만 조금만 깊숙이 들어가보면 생물이 살 수 없는 곳들이 있죠. 자정능력을 가진 자연도 복구에 100여년 이상이 걸린다고 해요. 그래서 찍기로 했어요. 보여줘야죠.”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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